[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특권 없는 파격적 언행 세계인 주목

입력 2014-08-14 03:10

“다른 사람의 삶을 인정하라. 관대해져라. 겸손하고 느릿한 삶을 살아라. 식사 때 TV를 끄고 대화하라.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줘라. 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하라. 부정적인 태도를 버려라. 자신의 신념과 종교를 강요하지 말라. 평화를 위해 노력하라.”(교황의 행복 10계명)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 출신, 그리고 이민자의 아들. 14일 방한하는 교황 프란치스코는 선출 당시부터 이런 색다른 이력과 함께 파격적이고 소탈한 행보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최근 아르헨티나 주간지 ‘비바’와의 인터뷰 중 제시한 행복 10계명이 회자되는 걸 보면 교황은 종교를 넘어 존경받는 ‘시대의 어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1936년 이탈리아 출신 아르헨티나 이민자 가정에서 5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철도회사 직원이었으니 중하층 가정이었다. 화학과 문학, 심리학, 종교학에 관심을 가진 평범한 청년으로 성장하던 그는 21세 때 심한 폐렴을 앓아 폐 한쪽을 떼어내는 대수술을 받은 걸 계기로 인생 행보가 달라진다.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그는 세속적 성공을 바랐던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지지를 받으며 사제의 길에 들어섰다.

22세부터 56년간 몸 담아온 예수회는 그의 삶을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예수회는 1534년 스페인 바스크 출신의 성인(聖人) 이냐시오(1491∼1556)에 의해 창립된 수도회. 16세기 루터의 종교개혁이 유럽을 휩쓸었던 당시 가톨릭 내부에서 혁신적 목소리를 내는 선봉에 있었다.

특권을 내려놓고 낮은 자와 함께하는 그의 모습은 가난과 평화의 성인(聖人) 프란치스코(1182∼1226)를 교황명으로 택한 것과 걸맞다. 즉위 후 첫 생일에 바티칸 성벽 근처에 있던 노숙인 3명과 떠돌이 개를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한 일과 약자와 병자들을 찾아 볼 키스를 서슴지 않는 일화는 유명하다.

SNS를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은 친근한 느낌도 준다. 트위터상에 430만여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그는 지난 4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기도문을 올리기도 했다.

프란치스코는 젊은 시절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명문 구단 ‘산 로렌조 데 알마그로’의 팬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경기장을 찾고, 회원비도 꼬박꼬박 납부할 정도로 축구광으로 알려져 있다. 구단은 교황 즉위 후 그의 회원번호 88235N을 영구 결번 처리했다. 문화에도 조예가 깊다. 만초니, 도스토옙스키, 단테, 보르헤스 등의 작품을 대화 중 즐겨 인용하고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더린(1770∼1843)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고 어릴 적엔 탱고 춤을 추는 것도 즐겼다고 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