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과 골프가 만나면 ‘고창 스타일’

입력 2014-08-14 02:05
경관조명을 밝힌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과 지난달 개관한 고창읍성 한옥마을이 어우러져 화려한 야경을 연출하고 있다.
고창읍성 한옥마을은 냉난방은 물론 샤워실, 화장실, 인터넷 등 편의시설을 갖춰 하룻밤 묵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조경수가 멋스러운 석정힐CC는 가족형 대중골프장으로 산자락을 활용한 마운틴 코스와 연못이 잘 어우러진 레이크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판소리를 집대성한 쉰아홉의 스승과 조선 최초의 여류 판소리 명창으로 성장한 스물넷의 꽃다운 제자가 있었다. 고종 4년(1867)에 경복궁의 경회루 낙성연에서 남장을 한 채 방아타령을 불러 세상을 놀라게 했던 제자는 대원군의 눈에 들어 구중궁궐보다 깊은 운현궁에서 대기하는 대령기생(待令妓生)의 신세가 되었다.

곧 돌아올 줄 알았던 제자가 소식조차 없자 스승은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외로움은 그리움으로 승화했다. 백발이 성성한 스승은 애틋한 연모의 정을 담아 ‘스물네 번 바람 불어/ 만화방창 봄이 드니/ 구경 가세 구경 가세/ 도리화 구경 가세’로 시작되는 도리화가를 지어 제자에게 보냈다. 도리화(桃李花)는 복사꽃과 자두꽃을 이르는 말로 진채선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류승룡, 수지가 노스승과 여제자로 호흡을 맞추는 영화 ‘도리화가’의 줄거리이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크랭크 인에 들어갈 ‘도리화가’의 실제 주인공은 판소리 여섯마당을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1812∼1884)와 무당의 딸로 태어나 신재효로부터 판소리를 배운 진채선(1847∼?)이다.

도리화가에 얽힌 사랑 이야기의 실제 무대는 전북 고창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의 고장이자 선운산, 학원농장 청보리밭, 풍천장어, 복분자 등으로 유명한 고창은 동학농민혁명의 선봉장인 녹두장군 전봉준과 미당 서정주 시인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와 관광의 스펙트럼을 지닌 고창이 최근 체류형 웰빙 관광지로 거듭났다.

고창 웰빙 관광의 허브는 지난달에 개관한 고창읍성 한옥마을이다. 고창군이 145억원을 들여 조성한 고창읍성 한옥마을은 모양성(牟陽城)으로 불리는 고창읍성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8채의 한옥체험동으로 이뤄진 한옥마을은 신재효의 업적을 기리는 동리당을 비롯해 고창읍성에 실재하는 객사와 내아의 건축물을 벤치마킹하고 다양한 스토리를 입혔다.

기와를 얹은 황토 담장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고창읍성 한옥마을의 골목길은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여행을 온 듯하다. 솟을대문을 열면 아담한 마당과 솔향 그윽한 한옥이 맞는다. 한옥은 숙박에 불편이 없도록 실내에 샤워실과 화장실 등을 설치했다. 아울러 방마다 냉난방 시설을 갖췄을 뿐 아니라 싱크대, 냉장고, TV, 인터넷도 설치해 과거와 현대가 한 방에서 공존하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고창읍성 한옥마을은 창문으로 달빛이 스며드는 한밤에 더욱 운치가 있다. 고창읍성 경관조명과 한옥마을 골목길의 청사초롱이 은은한 불을 밝히면 창호지에 어른거리는 과객들의 그림자가 정겹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추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제자를 그리워하는 스승의 애끓은 심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옥의 방문을 활짝 열면 걸개그림처럼 펼쳐지는 고창읍성은 성곽 둘레가 1684m로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선 단종 원년(1453년)에 전라도민들이 축성했다. 동문(등양루), 서문(진서루), 북문(공북루)을 비롯해 3개의 옹성과 6개의 치성으로 이루어진 고창읍성에는 동원, 객사 등 14동의 관아건물이 복원되어 있다. 정문인 북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한옥으로 복원된 옥사가 눈길을 끈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옥이지만 단정한 모양새에 며칠쯤 머물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산비탈을 따라 4∼6m 높이로 축성된 성곽은 산책삼아 한바퀴 둘러보기에 좋다. 성 밖으로는 탁 트인 들녘과 고창읍내 풍경이 펼쳐지고, 성 안으로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고창읍성의 소나무숲은 잘 가꿔진 정원을 연상케 한다. 소나무의 키가 높은 데다 적당히 굽은 모양새가 예술적이다. 여기에 솔향 그윽한 소나무숲 사이로 난 황토 산책로가 걷는 재미를 더한다.

고창읍성 정문 앞에는 동리 신재효 고택과 판소리박물관, 고창군립미술관, 도예체험장, 전통옛거리 등이 서로 이웃이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다. 한옥마을과 함께 탄생한 전통옛거리에는 주전부리와 국밥, 약선음식, 향토음식 등을 판매하는 초가집 다섯 채가 다정하게 처마를 맞대고 있어 휴식을 겸해 고창의 손맛을 느껴볼 수 있다.

고창 웰빙여행은 한옥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고창웰파크시티에서 마지막 느낌표를 찍는다.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와 호남고속도로 백양사IC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고창웰파크시티는 호남의 삼신산 중 하나인 방장산(743m)에 둘러싸인 아늑한 분지로 18홀 규모의 석정힐CC를 비롯해 게르마늄 온천수로 유명한 석정휴스파 등이 위치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가족형 대중골프장인 석정힐CC는 조경수가 멋스러운 마운틴 코스와 레이크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산자락의 지형지물을 그대로 살려 설계한 마운틴 코스는 홀마다 업다운이 다채로워 골퍼라면 누구나 도전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코스다. 반면에 레이크 코스는 페어웨이가 넓고 다양한 크기의 연못으로 구성돼 섬세한 전략과 정교한 기량이 요구되는 여성적인 코스다. 특히 연못에 둘러싸인 14번 홀은 골퍼가 아니라도 한번쯤 들러 보고픈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2000여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석정휴스파는 프랑스 루르드 온천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개발된 게르마늄 온천이다. 게르마늄 온천수는 체내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피부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남녀 사우나를 비롯해 실내스파와 실외스파로 이루어진 휴스파는 수유실 유아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어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그만이다.

이른 아침이나 비가 내린 후 방장산 자락에서 피어오르는 운무를 향해 샷을 날리거나 뜨끈뜨끈한 야외스파에 몸을 담그면 고창이 왜 웰빙 휴양지인지 실감하게 된다.

고창=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