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연비과장 논란을 빚은 싼타페에 대해 자발적 금전 보상 방침을 밝힌 것은 정부와의 갈등을 피하고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사실상의 국내 첫 연비 관련 보상인 만큼 앞으로 국내외 자동차 회사들의 연비 부풀리기 관행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보상 결정 배경은=현대차가 보상 카드를 꺼낸 직접적인 이유는 국토교통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연비 재측정 결과가 다른 점을 들어 보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연말까지 사후 연비검증에 관한 권한을 국토부로 일원화하기로 함에 따라 국토부에 반기를 들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강제리콜, 과징금 부여 등 강력한 권한이 있는 국토부는 그간 물밑에서 현대차를 압박해 왔다.
더 핵심적인 이유는 국내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미국에서는 연비 보상을 하면서 왜 국내에서는 가만있느냐’는 불만과 함께 ‘안티 현대차’ 소비자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11월 북미시장에서 연비 과장사태로 미국에서 현재 90여만명의 소비자들에게 4200억원의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다만 국토부의 연비 재조사 결과를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싼타페의 변경 연비를 13.8㎞/ℓ로 정했다. 이는 산업부의 재조사 결과와 같은 수치로 오차허용 범위 5% 안에 들어간다. 향후 정부의 과징금 부과나 관련 소송 등에서 ‘연비를 과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근거가 되는 셈이다. 싼타페와 함께 연비과장 논란을 빚은 코란도스포츠 CX7에 대해 쌍용자동차는 “현재로서는 보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뻥 연비 관행 달라질까=현대차의 보상 결정으로 향후 국내외 자동차 회사들이 연비 측정 및 신고를 더욱 신중히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정확한 연비에 대한 보상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애초부터 연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연비 부풀리기 관행이 심화됐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국토부와 산업부 등 정부 부처끼리 검증 권한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는 과정에서 정확한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수입차 업체와 산업부와의 연비 과장 논쟁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도 주목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6월 싼타페의 연비 재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아우디 A4 2.0 TDI,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 지프 그랜드체로키,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 등 수입차 4개 차종의 연비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과태료 부과 방침을 밝혔다. 업체들의 반발로 지난달 25일 토론회가 개최됐으나 양측은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업체들은 “과태료 금액이 300만∼400만원으로 많지 않지만 이를 납부하면 연비 과장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이미지 추락이 우려된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국내의 첫 연비 관련 보상은 포드코리아가 지난 6월 실시 방침을 밝혔다. 수입사는 ‘퓨전하이브리드’ 모델 9대와 ‘링컨 MKZ하이브리드’ 21대에 대해 각각 150만원과 270만원의 연비 보상 계획을 국토부를 통해 발표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현대차, 싼타페 연비과장 보상 배경·전망] 정부와 마찰 피하고 브랜드 이미지 추락 차단 ‘고육책’
입력 2014-08-13 0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