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밝힌 서비스산업 대책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의료, 관광 등 돈 되는 서비스업을 이용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변호사, 회계사 등 힘 있는 전문직의 진입장벽을 그대로 둔 것도 소모적 논쟁을 피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정부의 현실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직역 이기주의 타파는 10년 동안 말만 많았지 이뤄낸 게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이후 13번째 서비스업 대책 중 이번에 유일하게 투자효과와 신규 일자리 창출 개수를 명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도 과거와 비슷하게 의료, 관광 분야 등 곳곳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통해 의료 서비스 발전 방안을 내놨다.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병원호텔 설립,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해외환자 유치 등을 내세웠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료계와 노동계가 의료 민영화의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인식하고 있어 반발이 거세다.
한류 확산을 위한 관광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관광 분야도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부는 산지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설악산·남산 등 유명 산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논쟁은 10년도 넘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관광수입 증대를 노린 지자체는 군침을 흘리고 있지만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영종도, 제주도 등 외국인 수요가 많은 지역에 추진하고 있는 복합리조트는 외국인 카지노 난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화성 송산그린시티에 들어설 예정인 국제테마파크는 최근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새로운 사업자를 물색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년 중국 상하이에 디즈니랜드가 들어서는 등 외부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마땅한 투자자가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약속했지만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새 사업자를 찾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만을 판매하는 TV홈쇼핑 신설 계획도 밝혔다. TV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려는 중소기업과 농어민들이 많지만 기존 홈쇼핑으로는 소화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새로운 홈쇼핑을 공영 채널로 만들어 수수료를 낮추고 중소기업과 농어민에게 최대한 이익이 돌아가게 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존의 NS(구 농수산)홈쇼핑, 홈앤쇼핑(중소기업 전용)마저도 농수산물과 중소기업 제품을 100% 취급하는 것이 아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NS홈쇼핑은 60%만 농수산물을 취급하고 홈앤쇼핑은 80%만 중소기업 제품을 취급한다.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다 보니 중기제품·농수산물만 팔아서는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라면 신설 홈쇼핑은 적자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지속적으로 공공 재원을 투입해야 중기제품·농수산물 전용 홈쇼핑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런 논란거리를 포함해 135개 과제로 구성된 이번 서비스 대책이 실제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법률 제·개정 사항만 23건에 달한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서비스업과 투자 활성화를 엮은 아이디어는 참신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선정수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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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 투자활성화 대책] 정부, 서비스업 체질 개선보다 실현 가능성 대안 택해
입력 2014-08-13 00:32 수정 2014-08-13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