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려 한다” 예고했는데도 軍 관리 허술

입력 2014-08-13 00:27
육군 28사단 소속 병사 2명이 휴가 중 자살하는 등 관심병사 관련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허점투성이인 군의 병사관리 체계에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23) 상병과 이△△(21) 상병은 각각 B급, A급 관심병사였으며 이△△ 상병이 메모에서 “죽이고 싶다”고 언급한 김모(20) 상병 역시 A급 관심병사다. 지난 6월 22사단 최전방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은 B급 관심병사였다.

◇현역복무부적합 판정 등 ‘자살 예고’ 있었지만 못 막아=이들의 자살 징후는 일찌감치 감지됐다. 두 상병은 입대 후 군 복무에 어려움을 겪어 각각 8회, 7회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상병은 지난 5월 2일 인성검사 때 ‘자살 예측’ ‘복무 부적응’ 판정을 받았다. 이△△ 상병도 지난해 인성검사에서 ‘자살 충동’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2월 복무 부적응 병사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비전캠프’와 ‘그린캠프’에 입소했지만 완전히 치료받지 못했다. 특히 이△△ 상병의 경우 지난해 10월 부대에서 자살을 시도했고 11월에는 탈영했다가 붙잡혀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문제가 심각하자 6월 초쯤 소속 부대에서 현역복무부적합 심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무산됐다.

육군은 12일 “이들의 자살이 예고됐지만 선임병이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상병이 6월 말쯤 후임 병사에게 “8월 휴가 때 이○○ 상병과 동반자살하려 한다”고 말해 이 후임병사가 분대장에게 보고했으나 분대장이 간부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자살 가능성이 크다는 판정이 나온 이후 “자살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는 증언까지 나왔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자살 동기와 메모에 거론된 김 상병은 누구?=군 수사 당국은 검시 결과가 ‘목매어 사망’으로 나옴에 따라 이들의 사망 원인을 자살로 보고 있다. 사인이 뚜렷해 부모들도 부검을 원치 않았다.

하지만 군 수사 당국은 자살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다만 이△△ 상병의 다이어리에서 “견디기 힘들다. 아무 것도 못하겠다”는 내용과 같은 내무반에서 근무하는 김 상병을 거론하며 “야 XX ○○○, 진짜 XXX 죽이고 싶다”고 쓴 메모를 확보했다. 이△△ 상병의 휴대전화 메모에서도 “긴 말씀 안 드립니다.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는 글이 발견됐다.

군 당국은 메모에 등장하는 김 상병과의 관계가 이들의 자살 원인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고 김 상병을 조사 중이다. 김 상병도 ‘복무 부적응’ ‘극도로 소심함’ 등 사유로 관심병사로 분류돼 있다. 현재 몸이 아파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조사에 응하고 있다. 국방부 보고서에 명시된 이△△ 상병의 정신과 상담 내용도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보고서에는 “이○○ 상병이 평소 강한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고,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적혀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