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슈’ 설교, 자칫 큰 논란 부른다

입력 2014-08-13 00:15

“추도식 한다고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야. 추도식은 집구석에서 슬픔으로 돌아가신 고인들에게 해야지….”

지난 5월 말, A목사는 설교 중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면서 무심코 던진 몇 마디에 ‘막말’ 목사로 낙인찍혔다. 인터넷에는 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비난 댓글도 잇따랐다.

세월호 참사뿐 아니라 윤모(20) 일병 폭행사망사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등 최근 발생한 다양한 사회 문제가 설교의 소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설교자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나 논리적 비약, 자의적 해석 등으로 진의가 왜곡돼 불필요한 논란을 낳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회 이슈’를 다루는 설교는 어떻게 전해야 할까.

설교 전문가들은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는 설교에서 반드시 필요하며, 설교자의 고유한 임무”라고 입을 모은다. 김운용 장로회신학대(예배설교학) 교수는 12일 “기독교의 설교는 세상의 가치관과 문화에 대한 저항이자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전파하는 행위”라며 “독재나 폭력, 전쟁, 거짓, 음모, 맘모니즘 같은 세속적 상황에 맞서 성도들에게 성경적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이슈’ 설교에 있어서는 자신의 신념이나 사상, 정치적 입장에 비추어 상황과 성경을 자기 뜻대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기 쉽다”면서 “사안의 전후맥락에 대한 숙고를 토대로 그에 따른 신학적 판단과 표현의 지혜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 교수는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수천 년 전에 쓰인 성경을 문자 그대로 작금의 상황에 빗대어 해석하고 적용할 경우,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면서 “자칫 편협한 기독교 세계관, 자기중심적 사고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하나님이 내리신 벌이다’는 등의 인과응보적 해석이나 선악의 이분법적 구분 등도 마찬가지다. 정 교수는 “각각의 사안에 대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성경 말씀에 근거해 지혜롭게 처신하고 지혜를 모을 것인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성경 연구와 균형감 있는 사회 안목 또한 이슈 설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배설교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설교자의 마음은 오직 ‘성언운반일념(聖言運搬一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언운반일념은 ‘하나님의 말씀만을 운반하는 한결같은 마음’을 뜻한다. 그는 “설교자는 매 순간 성경 본문 말씀 속에서 먼저 핵심 메시지를 찾고 그 속에서 현장(또는 시대, 상황)의 메시지를 뽑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국원 총신대 교수는 “성경의 기초 없이 사회 이슈만 따라가면 어설픈 사회 평론으로 흐르기 십상”이라며 “목회자들이 평소 우리 사회와 문화를 기독교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재찬 양민경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