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의한 다음날인 12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남한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하지만 수위는 낮추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통일준비위원회 1차 회의 이후 별다른 비판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15일 출범 직후만 해도 “체제통일을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측 대북정책을 모조리 비방해왔던 터라 1차 회의 후 통상적인 비난을 예상했는데 특별한 반응이 없어 의외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달 들어 박 대통령 실명 대신 주로 ‘남조선 집권자’로 표현하며 원색적 비난도 자제하고 있다. 최근 대외 선전용 웹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도 평소와 달리 남한을 거칠게 비난한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이날 노동신문이 게재한 ‘불순한 체제통일 야망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논평도 전날 우리 측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기보다 대북정책을 북핵 문제와 연계하는 데 거부감을 드러낸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북한이 우리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은 낮고, 접촉 시기만 ‘수정 제안’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측이 제시한 19일이 북한이 지속 비판해온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이라 이달 말로 제안할 수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훈련을 전략·핵무기를 동원하지 않는 ‘로키(low-key)’ 형태로 한다는 신호를 북한에 전달한다면 훈련기간이라도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한·미 연합훈련 ‘키 리졸브’ 기간에 개최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차 접촉에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취해진 5·24조치나 금강산 관광 문제의 경우 북한의 변화 없이는 실질적 논의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선행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9월 인천아시안게임과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성사시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북한이 아무 ‘대가’ 없이 우리 측에 호응해줄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北, 남북 고위급 접촉 제의 응할까 말까 ‘고심’
입력 2014-08-13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