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법정관리 신청… 제2 쌍용차 되나

입력 2014-08-13 00:25

벤처 1세대 대표주자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한 축을 지켜왔던 팬택이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는다. 2011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3년도 지나지 않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팬택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됐다.

팬택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12일 공시했다. 팬택이 법정관리로 가게 된 것은 이동통신 3사가 팬택의 스마트폰 구매를 거부한 게 결정적이었다. 앞서 이통3사는 팬택의 채권 1530억원의 상환을 2년간 유예하는 데 동의했고, 지난달 31일 채권단은 팬택의 워크아웃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단말기 추가 구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팬택은 협력업체에 지급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팬택은 지난달 500억원가량의 상거래 채권을 갚지 못했고, 지난 10일 만기도래한 220억원의 채무도 막지 못해 법정관리를 택하게 됐다.

법원은 팬택이 제출한 신청서와 관련 서류 등을 검토해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 실사 결과 팬택은 계속기업가치(3824억원)가 청산가치(1895억원)보다 높게 평가됐기 때문에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은 낮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은 법정관리인을 지정하게 된다. 경영상의 비위로 인한 법정관리가 아니어서 이준우 대표 등 현 경영진은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팬택은 2개월 내로 기업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 승인을 받게 된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 휴대전화 업계에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우선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모든 상거래 채권이 감면되기 때문에 팬택과 거래하는 협력업체들은 납품대금을 못 받게 된다. 팬택 협력업체는 약 550곳이고 상당수는 규모가 작은 업체여서 줄도산 우려도 나온다.

팬택의 해외 매각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법정관리로 부채가 없어지면 해외 업체들이 기술력을 갖춘 팬택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인도 마이크로맥스와 여러 중국 업체들이 팬택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팬택이 ‘제2의 쌍용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팬택을 인수해 핵심 기술을 빼낸 뒤 다시 팔아치울 수 있다는 것이다. 팬택이 해외 업체에 매각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해외 업체가 팬택을 통해 우회 진출하거나, 팬택의 빈자리를 치고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화웨이는 이미 LG유플러스 망테스트를 하면서 국내 출시 시기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팬택이 자력으로 회생하는 방안도 순탄치 않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팬택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소비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통사들이 지금처럼 팬택 제품 구입을 꺼리면 생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이준우 대표는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겠다”며 “팬택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걸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