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가 14일로 한 달을 맞는다. 사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당무를 맡아 새누리당을 이끈 것은 지난달 31일 이후로, 아직 2주가 채 못 된다. 7·14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뒤 7·30재보선운동에 매진했기 때문이다.
여권 주변에서는 김 대표 체제가 예상보다 빨리 뿌리 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청 관계는 원만하고, 새누리당의 질서도 김 대표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일부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반(反)김무성’ 목소리는 숨어들었다.
김 대표는 당직 인선을 하며 관계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졌던 일부 인사를 과감히 껴안았다. 전당대회 당시 반대편에 서서 서청원 최고위원을 도왔던 의원들도 빼놓지 않았다.
김 대표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가 된 뒤 옛날 일은 다 잊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내가 당 대표가 되면 일부 인사들과 각을 세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 않았느냐. 하지만 지금은 모두 다 잘 지내고 있다”면서 속에 있는 말을 꺼냈다.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응은 김 대표의 정치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가진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불러놓고 책상을 내려치며 분노를 표시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여당이 먼저 나서서 군을 비판하자 야당이 할 일이 없어졌다”면서 “군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은 일반적으로 여권에 악재인데 김 대표가 국방장관에게 호통을 치자 민심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호통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거부했다. 그리고는 “여당뿐 아니라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상임위에서도 잘못한 일이 있으면 부처 장관을 불러 질타하지 않느냐”고 했다. 여당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이런 모습이 소속 의원들에게조차 낯설어 보이는 것은 그동안 새누리당이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대표도 남모를 속앓이를 했다. 당직 인선 때문이었다. 유승민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고사하면서 인선이 늦어졌다. 김 대표는 미국에 머물던 유 의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한 측근 인사는 “그때 무대(김 대표의 별명·김무성 대장의 준말)가 상당히 예민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인선 내용에 대해 측근들에게까지 함구했다. 다른 인사는 “무대가 당직 인선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아 누가 어떤 자리에 가는지 눈치로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군현 의원이 사무총장에 기용되는 과정에도 사연이 있다. 이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를 도왔다. 김 대표가 승리하자 이 의원은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 보란 듯 계파와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사를 중용하라. 저 같은 사람은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김 대표가 사심 없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 사무총장이 바로 그런 예”라고 전했다. 측근인 김성태 의원과 안형환 전 의원은 당직 인선에 빠지며 ‘백의종군’을 택했다. 당직은 적고 당직을 하려는 사람은 많은 상황을 고려해 김 대표의 짐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정치 인사이드] 김무성 “당 대표 된 뒤 옛날 일 다 잊었다”
입력 2014-08-13 0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