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인간의 뇌 기능을 모방해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컴퓨터는 명령을 내리고 기억을 저장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명령하고 기억하는 장치를 만들기 위해 뇌를 연구하지 않는다. 뇌를 분석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의학을 융합시키고, 사람의 뇌처럼 인지하고 학습하는 기기를 만든다. 글로벌 IT(정보통신) 업계가 ‘뇌 연구’ 작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KT는 ICT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사업의 기반을 넓히기 위해 뇌 구조 연구에 나섰다. KT는 12일 세계적인 뇌 연구 권위자인 미국 프린스턴대 세바스찬 승 교수와 협약을 맺고 인간의 뇌에 있는 1000억개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와 활동 원리를 파악하는 커넥톰(Connectome·뇌 지도)을 완성해가는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세바스찬 승 교수가 2012년 저서에서 소개한 개념인 커넥톰은 학계에서 게놈 프로젝트 이후 최대의 과학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승 교수는 온라인 게임 ‘아이와이어(EyeWire)’를 만들어 세계 최초로 신경세포를 3차원 이미지로 보여준다. 신경세포를 잇는 부분에 색을 칠해서 복잡한 뇌 지도를 3차원 이미지로 만들어 가게 된다. 현재까지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14만명 이상이 아이와이어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망막의 특정 구역 신경세포 348개 중 85개의 구조가 밝혀졌다.
KT는 아이와이어에 기술 인프라와 마케팅 채널을 제공하는 등 연구에 참여해 암이나 뇌질환 등 불치병 해결을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은 “KT가 선언한 융합형 기가토피아의 중요한 요소는 미래 융합서비스이고 그중 하나는 유전체 분석 솔루션을 통한 예방 중심 헬스케어”라면서 “인간의 기억과 의식에 대한 비밀을 밝혀 치매 우울증 자폐증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뉴로피아(Neuropia)’에 이르는 시간을 현격히 단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뇌 연구를 통해 기기에 사람의 뇌처럼 인지하는 역량과 학습하는 기능을 더하는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일 IBM은 삼성전자와 함께 인간 뇌 구조를 닮은 새로운 컴퓨팅 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명령, 저장 능력에서 나아가 뇌의 인지 역량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칩은 고집적도 메모리와 저누설(low-leakage)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삼성전자의의 28㎚(나노미터) 공정 기술로 제작됐다. 지난해에는 퀄컴이 인간의 뇌처럼 학습하는 기능을 가진 프로세서를 개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KT ‘인간 뇌’ 연구한다
입력 2014-08-13 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