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십수년째 말만 앞세워 왔던 서비스산업 육성

입력 2014-08-13 00:30
정부가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을 내놨다. 한강과 주변지역 개발, 설악산·남산 등의 케이블카 추가 설치, 영종·제주도의 복합리조트 설립 지원,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국제의료특별법(가칭)’ 제정 등이 주 내용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15조원의 투자효과와 18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낡은 규제와 폐쇄적 시장구조, 복잡한 이해관계, 사회적 논쟁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총아가 될 수 있는 유망 서비스산업이 오히려 아킬레스건이 되는 형국”이라고 한탄했다. 맞는 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와 의료기술, 교육열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비스산업 후진국에 머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수출의존형 경제는 이미 한계에 부닥쳤다. 서비스산업을 키워 수출과 내수가 이끄는 ‘쌍끌이형 경제’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는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135개 정책과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백화점식으로 기존에 추진하던 일들을 나열했을 뿐 서비스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 해법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음식·숙박업 등 영세 업종에 과잉 진출해 있는데다 의료·교육·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은 정부의 보호막 아래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리면서 경쟁에 뒤처졌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우려했겠지만 소극적 대책으로는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

서비스산업 육성정책은 십수년째 공전하고 있다. 김대중정부 이래 역대 정부마다 말만 무성했을 뿐 결실을 맺지 못했다. 기득권을 가진 이익단체들의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 10년간 답보상태였던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이 이제는 장애물을 돌파해 실질적인 진전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환경단체들은 “관광·콘텐츠 분야 투자 활성화 대책이라지만 허울뿐 본질은 이명박정부의 각종 난개발 사업과 다르지 않다”며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과 한강개발사업, 산림관광특구제도에 반대하고 나섰다.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과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에 대해서도 의료단체들은 의료 민영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비스산업 규제를 푸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기업들에는 투자할 물꼬를 터주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부작용을 따져가면서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고 이해관계자들과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정치권과 지자체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서비스산업 육성의 골격에 해당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회에 묶여 있다. 이번 대책도 16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실행이 가능하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조속한 법안 통과에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늪을 헤쳐가기 위해선 전향적인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