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연합, 민생정치에도 눈감을 텐가

입력 2014-08-13 00:21
여야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별법 처리 합의로 순항할 듯하던 ‘세월호 정국’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나흘 만에 여야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내 강경파들이 재협상론을 주도했다. 일부 의원들이 여당과의 합의를 뒤집는 데 따른 역풍을 우려하면서 추가협상 결과를 지켜보자는 의견을 냈으나 합의를 백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압도당했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결국 재협상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1야당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매우 실망스럽다.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여야 간 합의를 제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뒤엎어버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새정치연합은 7·30재보선에서 참패한 까닭을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 세월호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과 투쟁의 정치를 접고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과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는 게 재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이었다. 그럼에도 재보선 이전과 똑같이 ‘투쟁 정당’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오만한 행태다.

이로 인해 13일로 예정된 세월호 특별법 처리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은 물론 8월 임시국회마저 표류할 소지가 없지 않다. 우려스러운 건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투자 활성화 및 민생안정 관련 법안들 처리가 줄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자본시장법, 관광진흥법, 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 특별법, 주택법, 마리나 항만법 등 수십 개 법안이 국회에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에 신속한 처리를 주문한 법안들이다.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 증대와 관련된 법안들은 정쟁과 상관없이 신속하게 통과시키는 것이 국회의 도리요, 책무다.

박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직후 생활정치를 근간으로 삼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과 별개로 경제·민생 법안 처리에 최대한 협조하길 기대한다. 정부·여당을 흔들기 위해 법안 통과를 볼모삼아 국회를 공전시키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