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서 더 특별해! 소극장 공연 뜬다

입력 2014-08-13 01:31
관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소통을 강화하려는 소극장 공연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는 지난 7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2000석 규모의 소극장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났다. 아이돌 그룹들이 수만석 관중석을 갖춘 잠실종합운동장 등에서의 대규모 공연을 선호해왔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 홍대 인근 복합재즈공간 재즈다에서 지난 9일 열린 재즈빅밴드의 공연 장면. 서울재즈원더랜드 제공
"신기합니다."

한국 재즈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신관웅 재즈피아니스트는 지난 9일 서울 홍대 근처 복합재즈공간 '재즈다(JAZZDA)'에서 공연 후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날 신관웅은 12인조 빅밴드와 함께 이곳에서 한 시간에 걸쳐 공연했다. 공연장 크기는 102㎡(31평), 좌석수는 70석에 불과했다. 무대와 좌석간 거리는 3∼4m 정도. 밴드 멤버들이 모두 무대에 오를 수 없어 바닥까지 내려오는 바람에 앞좌석과의 거리는 50㎝로 좁혀졌다.

관객은 연주자의 표정 하나하나를 읽고 거친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었다. 연주자도 관객과 수시로 눈을 맞췄다.

아티스트들이 소극장 공연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신관웅은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년 전 프랑스 파리의 작은 카페에서 빅밴드가 관객과 어우러져 함께 연주하는 걸 보고 언젠가 나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면서 “이제야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신관웅과 빅밴드의 무대를 마련한 것은 매주 토요일 재즈다에서 열리고 있는 재즈 페스티벌 ‘서울재즈원더랜드 2014’였다. 이날 신관웅은 역사상 최고의 재즈스타로 인정받는 거장 듀크 엘링턴의 대표 작품 ‘무드 인디고(Mood Indigo)’ ‘A열차를 타라(Take the A train)’ 등을 연주했다. 좌석이 꽉 차 일부 관객은 선 채로 공연을 봐야 했다. 12월까지 계속되는 페스티벌에는 신관웅 외에도 매주 최선배, 이정식, 류주희 등 신구를 초월한 재즈 음악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아이돌도 소극장 공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7일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진행한 콘서트는 2000석의 소규모 콘서트였다. 앞서 4월엔 아이유가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한 뒤 450여석의 소극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진행했다.

방학과 휴가철에 맞춰 SM·YG·JYP 등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2만∼7만여석의 잠실종합운동장이나 상암월드컵경기장 등에서 대규모 콘서트나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처럼 소극장 공연이 인기를 끄는 건 대형 콘서트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팬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소극장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팬들과 아티스트의 소통이다.

직장인 김정연(36·여)씨는 “신관웅 선생님이 건반을 두드리는 손을 어디서 볼 수 있겠냐”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인피니트도 “팬 분들을 가까이서 보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소극장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 공연 자체도 차별화했다.

인피티트의 경우 소극장에 맞춰 특유의 칼 군무 대신 감미로운 보이스를 강조한 어쿠스틱 무대를 선보였다. 아이유도 총 7곡의 라이브 무대를 통해 뮤지션으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재즈원더랜드는 공연에 앞서 인문학 콘서트 ‘전진용의 오감재즈’를 진행하고 있다. 재즈의 역사 등을 설명하고 마니아부터 초보까지 재즈를 감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