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저우융캉 흔적’

입력 2014-08-13 00:54
중국 당국의 조사 사실이 공개된 이후 저우융캉 전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흔적이 중국 곳곳에서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중국 31개 성 및 자치구 가운데 칭하이와 푸젠을 제외한 29곳은 이미 당국의 저우융캉 사건 조사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저우융캉의 모교도 최근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했고 관영 신화망 등에서도 ‘약력’과 ‘활동보도집’ 등이 사라졌다고 홍콩 명보가 12일 보도했다.

저우융캉은 부패 조사설이 떠돌던 지난해 10월 1일 개교 60주년을 맞은 중국석유대학을 방문했다. 역사관 등을 둘러보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내용은 홈페이지에 그대로 실렸다. 당시 ‘저우융캉이 아직 건재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저우융캉에 대한 조사 사실이 발표된 지난달 29일에도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최근 삭제됐다. 뿐만 아니다. 대학 학생회관 기둥 두 곳에 나란히 걸려 있던 저우융캉의 친필 액자도 로켓 모형으로 가려졌다. 가려진 곳은 ‘후적박발, 개물성무(厚積薄發 開物成務·안으로 두텁게 쌓고 밖으로는 조금씩 드러내며 만물의 뜻을 깨달아 모든 일을 이룬다)’라는 여덟 글자 중 ‘개물성무’와 저우융캉의 서명 부분이다. 남은 ‘후적박발’이 이미 낙마한 쉬차이허우(厚)와 보(薄)시라이의 이름을 연상시키면서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됐다.

신화망에 남아 있는 저우융캉의 흔적이라곤 각 지방정부들이 저우융캉 조사를 지지한다는 내용뿐이다. 저우융캉이 사장을 지낸 중국석유의 공식 사이트 내 그의 이름도 사라졌다.

현재 중국 지도부와 원로들의 비밀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지도부의 일정과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보도가 며칠째 나오지 않으면서 회의에 참석 중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회의에서 저우융캉 사건 처리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소식통은 명보에 “저우융캉 사건은 부패와 독직(瀆職) 선에서 성격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고위층이 이 문제를 당내 권력투쟁으로 해석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