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전단지 경제

입력 2014-08-13 00:25
광고홍보용 인쇄물인 전단지는 서민 체감경기의 척도다. 특히 자영업 성쇠의 흐름이 전단지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자영업이 호황이면 배포되는 전단지 양도 많아지고, 불황일 때는 전단지 경기도 움츠러든다. 요즘은 인터넷은 물론 모바일 앱까지 광고용으로 성행하면서 과거에 비해 선호가 줄었지만 그래도 업소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대면(對面) 홍보에는 전단지만한 것이 없다. 서울에는 인쇄와 배포대행 업체가 600∼700곳, 전단지를 주로 나눠주는 이른바 ‘전단지 아줌마’는 1만500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에 따라 워낙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는 쉽지 않다.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는 평일 아침 8시 전후면 2∼3명이 전단지를 나눠준다. 월요일에는 전단지를 배포하는 사람이 4∼5명으로 늘어난다. 1주일에 한두 번 지하철 출근을 하면서 지난 6월부터 2개월여 이곳에서 전단지를 받아 모았다. 전단지를 받아야 이들의 일이 끝날 것이란 생각과 KBS, 산업은행 등이 있는 서여의도 일대 상권 변화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했다.

그동안 모은 전단지는 50여장. 가장 많은 업종은 식당이었고 이어 도시락 배달이었다. 폐업한 곳에 새로 문을 연 음식점 개업 인사나 할인 안내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많이 받은 전단지는 중소기업중앙회 건너편에 최근 개업한 고깃집 ‘프라임한우’로 모두 11장이었다. 시티은행, 사무용품 전문업체 오피스디포의 전단지도 있었다. 의외였던 것은 1인당 한 끼 10만원 안팎의 고급 메뉴가 주종을 이뤘던 CCMM빌딩 12층의 일·중식당인 ‘화단’과 ‘백원’, 영등포 중심에 있는 코트야드메리어트호텔의 할인 판촉 전단도 있었다는 점이다. 위축된 경기가 고급 식당과 호텔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영등포에서 분양 중인 오피스텔 ‘당산스타빌’ 전단지도 있었다.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는 영세 식당, 호황을 누리던 고급 음식점의 쇠퇴, 부동산 침체 등 내수의 민낯이 전단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지 한 달이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근로소득 증대세제 도입, 7대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 내수 활성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전방위적 경기부양책에서 막상 서민은 잘 보이지 않는다. 새 경제팀의 계획대로 경제 선순환이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최 부총리가 전단지를 좀 받아봤으면 좋겠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