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독버섯 중독사고 예방하려면

입력 2014-08-13 00:26
매년 신문과 방송들이 야생버섯을 조심하라고 경고하지만 어김없이 독버섯 중독사고는 발생하고, 몇 사람은 목숨을 잃고 있다. 독버섯 중독을 식중독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상하는 것보다 고통이 훨씬 더 심하다. 실제로 경기도 의왕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칠순의 부부는 과수원 한 귀퉁이에서 영지버섯을 채취했다. 영지버섯은 시골 뒷동산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버섯이어서 말려서 차로 끓여 먹었다. 그런데 영지버섯과 거의 구분이 어려운 붉은사슴뿔버섯이 그 속에 섞여 있었다. 노부부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후송됐다.

독버섯을 먹고 중독되면 커튼이 살짝 움직이는 바람결에도 맨살이 면도칼에 베이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그 고통으로 인해 마치 오랜 항암 투병에 시달린 환자처럼 할아버지의 머리카락은 모두 빠져버렸으며, 이후 이 노부부는 “이제 어떤 버섯도 먹지 않을 거야. 그것이 하우스에서 재배한 식용버섯이라 해도…”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독 중독에 관한 치료전문 시설이 없다. 대형병원의 유명한 의사라도 버섯 독성에 대한 정보를 꿰뚫고 있을 수는 없다. 유감스럽게도 의학 관련 저널에 ‘영지버섯의 독성에 관한 연구’가 더러 실리는데 사실 영지버섯이 아니라 붉은사슴뿔버섯의 독성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해 버섯 중독사고에 대해 자칭 전문가라는 분이 TV에 출연해 “화려한 색깔을 하고 있거나 벌레가 먹지 않는 버섯에는 독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는데 안타깝다. 그 말 한마디가 어떤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수하게 생겼거나 벌레가 먹고 있는 버섯은 먹어도 문제없을 거라 생각하는 이 위험한 버섯 구분 방식은 언제,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독버섯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독우산광대버섯(Amanita virosa)은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하얀색이며, 달팽이와 개미 따위가 붙어 섭식한다. 맛있는 식용버섯으로 유명한 아주 새빨간 달걀버섯은 ‘화려하면 독버섯’이라는 인식이 잘못됐음을 증명한다.

독버섯 중독사고의 예방법은 첫째 야생에서 채취한 버섯은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이고, 둘째로 야생 식용 버섯으로 알려진 것이라도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식용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생버섯을 먹고 고질병이 다 나았다’는 TV방송을 볼 때마다 독버섯 중독사고 없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석순자(농업진흥청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