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신국원] 평화의 기도

입력 2014-08-13 00:02

성지(聖地)가 또다시 전쟁에 휩싸였습니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의 뉴스 방송은 하루 종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투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 중입니다. 뉴스의 절반 이상이 그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연히 전 세계의 이목이 이곳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비교적 이해관계가 적은 우리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계화 시대의 지구촌엔 ‘강 건너 불’이란 없습니다. 모든 것이 구경거리가 되는 ‘스펙터클 사회’라지만 도시 한복판에 미사일이 작열하고 아이들이 죽어가는 광경 앞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지구 다른 편에 폭풍을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를 말하지 않아도 우리도 결국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니 말입니다. 학생들을 데리고 갈 성지탐방이 취소되어 난감해하는 동료의 경우는 작은 예에 불과합니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콘크리트 벽을 볼 때마다 휴전선이 떠올라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토마스 프리드만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에서 지적했듯이 이 전쟁은 형제끼리의 싸움입니다. 결국 이삭과 이스마엘 자손 간의 싸움이니까요. 뒷마당의 올리브나무가 누구 것이냐를 놓고 4000년 넘게 싸우는 것입니다. 분단 역사는 짧지만 철책을 사이에 두고 동족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비극과 아픔도 결코 이에 못지않습니다.

얼마 전 주한 이스라엘 대사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그는 점령지를 돌려주고 자치를 보장하며 각종 지원을 하는데도 계속 도발을 하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습니다. 자신들이 준 시멘트로 땅굴을 만들어 무기를 반입하고 공격통로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자유를 뺏고 억압하므로 해방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햇빛정책으로 지원한 돈과 물자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였다며 분노하는 이들이나 봉쇄와 압박에 맞서 도발을 일삼는 북한이 떠오르는 것은 피상적인 연상만은 아닐 것입니다.

성지의 전세는 다윗과 골리앗이 거꾸로 된 모습입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요격 미사일은 골리앗의 미간을 맞춘 초정밀 물맷돌 기적을 능가합니다. 날아오는 로켓을 쏘아 떨어뜨리는 최고의 기술을 보여줍니다.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군 피해가 적어 보복을 많이 하지 않아 팔레스타인의 희생 역시 적다는 주장에는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마치 ‘반드시 피에는 피로 보복한다’는 논리 외에는 아무런 선택지를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지만, 포격이 오가는 일만큼은 한반도가 성지를 닮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인구밀집지역에서 싸우다 보니 군인과 시민의 분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이들의 상황은 우리의 형편을 돌아보게 합니다. 핵무기를 가졌던, 경제적으로 절대적 우위에 섰건 간에 대화가 한 치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도 그렇습니다. 애써 신뢰를 구축해도 사소한 사건으로 불씨가 살아나는 것도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 정치와 군사적 사안에 대해 어설픈 평론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을 보며 평화를 위한 기도 끝에 몇 자 적었을 뿐입니다. 언제 어디서건 전쟁의 근본 원인은 오래 묵은 악감정과 불신입니다. 언제쯤 원한이 가라앉고 시온의 소리가 예루살렘에서 들려올지요. 언제쯤 한반도에서도 샬롬의 찬양이 울려 퍼질는지요.

신국원 교수 (총신대 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