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오는 1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갖자고 전격 제의했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11일 “오전 9시10분쯤 우리 측 김규현(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수석대표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북한에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를 제의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통지문에서 다음 주 19일을 고위급 접촉 일자로 제시했으며 북측이 편리한 날짜가 있다면 추가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소는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을 내놨다. 의제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비롯해 양측 관심사항을 논의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 당국자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취해진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행동 변화를 전제로 내세웠던 기존 입장에서 상당히 누그러진 것이다. 정부가 강력한 대북 유화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된다.
남북은 지난 2월 판문점에서 현 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 접촉을 갖고 △남북관계 개선 △상호 비방·중상 중단 △이산가족 상봉 등 3개 사항에 합의했지만, 이후 한 차례 이산가족 상봉 행사만 열렸다. 남북관계는 6개월 가까이 경색돼 왔다.
특히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제안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류 장관은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게 되면 8월 교황 방문에 이어 9월에는 인천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등 남북관계에 있어 중요 일정들이 잇따르게 된다”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해 남북관계 경색을 벗어나 발전의 선순환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정부의 통일컨트롤타워인 통일준비위원회도 닻을 올린 상황이다. 정부는 또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의 북한 모자(母子) 보건 지원 사업에 1330만 달러(약 137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정부가 한 차례 열렸던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면서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접촉에서 5·24조치와 금강산 관광 문제가 각각 해제와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대 해석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두 문제를 놓고 밀고 당기기가 벌어질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접촉을 시작으로 문제를 하나씩 풀 기본 여건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면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부터 논의할 방침이다. 인도적인 문제여서 북한도 부담이 없다. 아울러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온 드레스덴 구상을 상세히 설명해 상호간 오해부터 풀고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된 세부 내용도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달 1차 실무접촉에서 체류경비 등 지원 문제로 협상이 결렬된 만큼 정부가 이전보다 유연해진 입장을 갖고 편의제공 문제를 함께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 꾸준히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해온 만큼 우리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리 측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기간으로 알려진 19일을 접촉 시기로 제시한 게 변수다. 최근 북한은 국방위원회 특별제안과 공화국 정부 성명을 잇달아 발표해 UFG 취소를 촉구해 왔다. 남북이 공방을 거쳐 22일 이후 접촉에 나설 거란 예상이 나온다.
백민정 이종선 기자 minj@kmib.co.kr
정부 “19일 고위급 접촉… 이산상봉 논의” 北에 제의
입력 2014-08-12 02:01 수정 2014-08-12 0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