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강경 목소리에 밀려 리더십 타격

입력 2014-08-12 02:51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마친 뒤 몰려든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답변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7·30재보선 참패 이후 당 공동대표 교체 사태까지 맞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또다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11일 4시간30분 동안 계속된 마라톤 의원총회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는 당내 강경 목소리가 주류를 이뤘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결국 취임 후 첫 여야 합의를 접게 되면서 지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당 안팎에서 ‘대안 없는 강경파’에 대한 불만과 ‘지도부 흔들기’에 대한 우려도 잇따른다. 원내 제1야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강경 목소리에 굴복한 지도부=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시작부터 합의안 파기와 재협상을 요구하는 ‘반대파’의 의견이 강하게 개진됐다. 의총에 참석한 복수의 의원들은 “지도부가 (특검 추천권 확보 관련) 추가협상을 제안했지만 의원 대다수는 재협상 의견을 강력 피력했다”고 전했다.

특히 강경파 초·재선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이 지도부에 “유가족이 수용할 수 있도록 특검 추천권을 확보하라”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 모임 소속인 진성준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협상이나 추가협상 같은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실질적으로 추천권을 확보할 수 있게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조항 타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가족 및 국민적 지지와 동의 여부, 진실규명을 위한 실질적 조사권 보장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라며 “전투도 전쟁도 졌다. 전면 재협상하고 안 되면 깨라”고 주장했다. 우원식 의원은 “합의안을 추인하지 못한다는 말을 결의문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협상 아닌 ‘다시 협상’=새정치연합은 의총 직후 공식 브리핑에서 ‘다시 협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재협상이라고 하면 지난 7일 여야 합의를 백지화한다는 의미를 담게 돼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중에는 합의사항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고, 재협상해야 한다는 이도 있어 양쪽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존 합의가 무효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했다.

◇‘지도부 흔들기’ 본격화되나=의총에서는 박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적잖게 나왔다. 한 초선의원은 “박 위원장이 나름 고민이 많았겠지만 실수한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고, 세월호 인식이 (당 의원들과) 다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고 했다. 다른 의원은 “박 위원장이 협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의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에게 추인권이 있느냐는 주장도 있었다고 한다.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되면서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본격적인 지도부 흔들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지도부 흔들기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크다. 새누리당이 ‘재협상 불가’를 선언한 마당에 재협상만 요구하면 세월호 매듭을 풀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을 손바닥 뒤집듯 파기했다는 비난여론도 부담스럽다. 황주홍 의원은 블로그에 “이번 합의는 미흡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제 와서 재협상하자며 판을 깬다고 여당이 들어줄 리 없고, 공연히 국민 눈에 보이는 우리 모양새만 엄청 구겨져 버리는 것 같다”고 적었다. 수도권의 한 다선의원은 “재보선 이후 야당에 더 이상 남은 동력도 없지 않으냐”며 “대안 없이 우리 주장만 고집하면 더 많은 걸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정의당과 김상근 목사,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 최영도 변호사, 함세웅 신부 등 재야 인사들은 박 위원장에게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했다. 재야 원로들은 박 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월호 조사를 결국 정부와 여당에 넘겨주고 말았구나’라고 생각하며 국민들이 허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승욱 임지훈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