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나를 죽여 달라’고 부탁한 지인을 숨지게 한 혐의(촉탁살인)로 이모(45·여)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8일 오후 3시쯤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수면제 20알을 먹고 잠든 동네 지인 A씨(53·여)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틀 전인 지난 6일에도 같은 호텔에 들어가 범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A씨로부터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면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평소 소화불량과 조울증으로 자주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씨는 범행 직후 A씨의 동생에게 “언니가 수면제를 먹고 죽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자 이튿날 경찰에 출석해 범행 사실을 털어놨다. 이어 부검 과정에서 A씨가 수면제 과다복용이 아닌 질식으로 인해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들은 수년 전 같은 병실에 입원하면서 알게 된 이후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친한 언니의 목숨을 직접 끊는다는 일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지만 간곡한 부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죽여 달라” 부탁한 지인 숨지게
입력 2014-08-12 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