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국민 위해 존재하는지 자문해봐야”

입력 2014-08-12 01:18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름휴가를 마친 뒤 처음 수석들을 소집한 박 대통령은 정치권을 향해 "말로만 민생, 민생하면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경제가 안 된다고 한탄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 논란으로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룬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이동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이 잘살라고 있는 게 아니다”고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지금 과연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해 봐야 할 때”라고 성토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정쟁으로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뤄둔 정치권, 특히 야당을 겨냥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회 법안처리 지연의 책임을) 전부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이냐”며 “정치권 전체가 책임질 일”이라고도 했다. 8월 임시국회에서 여러 민생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언급이다.

이번 회의는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이후 처음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였다. 거의 한 달 만에 열린 회의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내수 진작 등 경기 회복이 시급한데도 수많은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나왔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데 여야 간 힘겨루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낸다며 ‘정치권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직접 구체적으로 거론한 법안 내용은 세월호 특별법 등을 포함해 21개에 달했다. 20분 가까이 이어진 회의 모두발언 중 3분의 2가량을 법안 설명에 할애했다. 법안명만 열거한 것도 아니었다. ‘일자리 창출의 효자 노릇(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1만7000개 일자리 창출(관광진흥법)’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법(마리나항만법)’ 등 개별 법안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회의에서 평소엔 잘 언급하지 않던 격정적인 표현도 자주 사용했다. 대부분 법안 통과를 차일피일 미루는 정치권을 성토하면서 나온 언급이다. 박 대통령은 “중요한 시기에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으로 판단을 잘못해서 나중에 기회를 잃으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며 “잘했어야 됐는데 하고 가슴을 치면 그때는 누구를 원망할 것이냐”고도 했다.

또 “옛날에 쇄국정책으로 우리나라가 기회를 잃었다고 역사책에서 배웠다”며 “지금 우리가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가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경제가 안 된다고 한탄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말만 하면 되나” “말로만 민생, 민생하면 안 된다” “일자리 창출이 맨입으로 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의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 등 다소 격한 어조의 표현도 사용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느냐”며 반박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그 어떤 정당이, 정치권이 경제를 살리겠다는데 반대하겠느냐”며 “경제활성화법 논의와 더불어 ‘국가는 도대체 무엇인가’란 근본 질문을 던진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한민국과 정치권은 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