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통일준비위원회 1차 회의를 연 지 나흘 만에 정부가 북한에 고위급 접촉을 전격 제안하며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 등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그동안 남북 간 손발을 꽁꽁 묶어놨던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까지 회담 테이블에 올릴 전망이어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위급 접촉 제안 배경=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처럼 대북 통지문에서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정부 당국자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취해진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 북한의 ‘관심사안’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행동 변화를 전제로 내세웠던 기존 입장에서 상당히 누그러진 것이다. 정부가 강력한 대북 유화 드라이브를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는 이유다.
특히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하반기 대북정책의 전환을 예고했다. 류 장관은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수용하게 되면 8월 교황 방문에 이어 9월에는 인천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등 남북관계에 있어 중요 일정들이 잇따르게 된다”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해 남북관계 경색을 벗어나 발전의 선순환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꽉 막힌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지방선거와 재보선 등 주요 정치일정도 마무리된 데다 집권 2년차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를 복원할 시간이 지금밖에 없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통일 컨트롤타워인 통일준비위원회도 닻을 올린 상황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넘지 않고선 남북관계 복원으로 나갈 수 없다”면서 “연초 한 차례 열렸던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면서 남북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리 측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기간인 19일로 접촉 날짜를 제시한 것은 북한이 UFG를 빌미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적 움직임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려는 속내도 담겼다는 지적이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 우선 논의=정부는 북한이 고위급 접촉 제안에 호응해오면 당장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 1차 회의에서 밝힌 것처럼 ‘쉬운 것’부터 풀어가자는 차원에서다. 인도적인 문제여서 북한도 큰 부담이 없다.
정부는 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온 드레스덴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북측에 직접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북한의 오해를 푼다는 계획이다. 통일준비위 출범 취지도 전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드레스덴 구상도 북한이 호응해야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구상이 가진 진정성을 인식시키고, 북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남북이 통일되기 위해서는 해 나갈 필요가 있는 일이라는 점을 얘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와 관련된 세부 내용도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달 1차 실무접촉에서 체류경비 등 지원 문제로 협상이 결렬된 만큼 정부가 이전보다 유연해진 입장을 갖고 편의제공 문제를 함께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백민정 이종선 기자 minj@kmib.co.kr
5·24조치, 금강산관광 논의… 남북관계 변곡점 기대
입력 2014-08-12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