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북한선 이순신 장군 잘 몰라요”

입력 2014-08-12 00:59

영화 ‘명량’(포스터)이 개봉 12일째인 10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최단기간 1000만명 돌파 영화였던 ‘괴물’(21일)보다 9일이나 빠르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단 12척의 배로 300척 이상의 왜군에 맞섰던 이순신 장군의 치열한 전투를 그렸다. 북한에서는 이순신 장군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탈북민들은 북한이 한동안 이순신 장군을 나라를 구한 명장으로 가르쳤지만 1990년대 중반 김정일 정권이 김일성 혁명역사에 치중하면서 역사수업에서의 비중이 미미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탈북여성 목회자인 박문희씨는 11일 “북한에서 역사 시간에 애국명장으로 배웠고 임진왜란에 대한 영화도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북한출신 방송인 김충성 선교사도 “나라를 지킨 장군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기억했다. 최옥 한민족학교 교장은 “북한에서도 이순신 장군을 좋게 평가했다”며 “단 세종대왕은 가르치지 않는다. 김일성보다 우월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훈민정음 창시자를 모르는 게 북한 주민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북한 당국은 이순신·을지문덕 장군 등에 대한 책들을 회수하고 삭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탈북민들은 전했다. 장군은 김일성 장군밖에 없다는 김정일의 지시 때문이다.

북녘사랑재단 대표 주순영 선교사는 “거북선이나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를 배우다가 온 사회를 ‘김일성 주의화하자’라는 김정일의 지시로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탈북여성 제1호 박사인 이애란씨는 “북한은 혁명역사가 주된 시험과목”이라며 “역사시간에 아주 살짝 다루기 때문에 공부를 어지간히 잘하지 않는 한 이순신 장군 이름이나 업적을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