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참패 이후 당 공동대표 교체 사태까지 맞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또다시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당내 강경파가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의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를 무시한 채 ‘무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대책 없는 강경파’에 대한 불만과 이들의 지도부 흔들기에 대한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원내 제1야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우후죽순 강경파 목소리가 지배한 의총=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합의안 파기와 재협상을 요구하는 ‘반대파’ 의견이 강하게 개진됐다. 강경파 초·재선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들은 박 위원장 주도로 이뤄졌던 여야 합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유가족이 수용할 수 있도록 특검 추천권을 확보하라”고 강력 주문했다. 이 모임 소속인 진성준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협상이나 추가협상 같은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실질적으로 추천권을 확보할 수 있게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더좋은미래 정기모임에선 박 위원장이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 직전까지 당내 의견수렴도 하지 않았다며 소통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재협상 요구에는 중진들도 가담했다. 4선으로 안산을 지역구로 둔 김영환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것(원내대표 합의안)을 계속 밀고가게 되면 더 큰 상처만 받는다”며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잘못한 걸 그냥 밀어붙이는 박근혜 대통령 스타일을 닮지 말라”고까지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 60여명은 국회 본관 앞에서 의총에 들어가는 의원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큰절을 하며 특검 추천권 확보를 위한 재협상을 호소했다. 의원들 발걸음은 더 무거워졌다.
◇‘대책 없는 지도부 흔들기’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강경파의 무조건적 재협상 요구를 부담스러워하는 당내 시선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이 ‘재협상 불가’를 선언한 마당에 재협상만 요구하면 세월호 매듭을 풀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과 국정감사, 추석연휴가 이어지는데 또 실기(失期)할 경우 ‘민생은 뒷전이고, 떼만 쓴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특히 여야 최고지도부가 합의한 내용을 당내 강경파가 손바닥 뒤집듯 파기해 버렸다는 비난여론도 부담스럽다. 이로 인한 국회공전의 책임이 자칫 야당으로 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다선의원은 “재보선 이후 야당에 더 이상 남은 동력도 없지 않으냐”며 “재협상 요구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다른 대안도 없이 자신들 주장만 고집하면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더좋은미래 정기모임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이 ‘지도부 흔들기’에 대한 우려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재야 원로들도 가세=심상정 원내대표 등 정의당 국회의원 5명은 새정치연합 의총 내내 국회 본관 로비에 앉아 압박전략을 썼다. 심 원내대표는 오전 브리핑에서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셀프 특검’ ‘무늬만 특별법’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이틀 전 발표된 새정치연합 의원 46명의 ‘재협상 요구’ 성명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상근 목사,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 최영도 변호사, 함세웅 신부 등 재야 인사들은 박 위원장에게 특별법 재협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편지에서 “‘세월호 조사를 결국 정부와 여당에 넘겨주고 말았구나’라고 생각하며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합의를 재고한다는 게 정치인으로서 위기일 수도 있지만, 국민 뜻과 세대의 흐름에 자신의 존재를 일치시키는 데서 새로운 지도력이 발생한다”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최승욱 임지훈 기자 applesu@kmib.co.kr
野, 강경파 “무조건 재협상”에 자중지란
입력 2014-08-12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