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 접촉 선호… 긍정 검토 가능성 8월 18∼21일 개최 한미연합군사연습이 변수

입력 2014-08-12 00:13
정부가 11일 제안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북한이 응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번 제안에 긍정적으로 호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이후 꾸준히 각종 회담 제안과 아시안게임 참여 의사 등을 밝히면서 관계 개선을 시도해왔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설 이산가족 상봉을 이끌어냈던 지난 2월의 제1차 고위급 접촉도 북측 제의로 성사된 바 있다”며 “북한이 고위급 접촉을 선호하는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이번 접촉을 제의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뿐만 아니라 ‘쌍방의 관심사항도 논의하기를 희망한다’면서 다양한 의제를 다룰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점도 회담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고위 당국자는 이번 접촉에서 다뤄질 의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제의해오면 논의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고위급 접촉 시기로 제시한 19일이 이달 18∼21일 열리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이라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한은 그동안 키 리졸브 훈련이나 UFG 등 한·미 연합군사연습 기간에는 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2005년에도 제4차 2단계 6자회담이 사전에 합의돼 있었지만 북한이 UFG를 핑계로 회담을 연기한 바 있다. 최근 북한은 국방위원회 특별제안과 공화국 정부 성명을 잇달아 발표해 군사적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를 요구하며 UFG 등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취소를 반복해 촉구했었다.

지난 10일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미국이 조선반도에서 벌이는 군사연습은 그 도발적 성격과 전쟁 발발 위험성에서 도를 넘고 있다”고 비난했다. UFG가 축소 또는 연기되지 않는 상황에서 훈련 기간 중 회담에 선뜻 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북한이 고위급 접촉 개최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UFG를 내세워 줄다리기를 하다가 시일을 조정한 뒤 22일 이후 접촉에 나서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하다. 우리 정부가 접촉일을 19일로 제시하면서 “북한이 편리한 날짜가 있다면 제시해 달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남북이 고위급 회담 접촉에 대해 사전에 교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