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국민 위해 존재하는지 자문해봐야”

입력 2014-08-12 00:14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정치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이 잘 살라고 있는 게 아니다”고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지금 과연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인가 자문해봐야 할 때”라고 성토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정쟁으로 각종 민생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뤄둔 정치권, 특히 야당을 겨냥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회 법안처리 지연의 책임을) 전부 정부 탓으로 돌릴 것이냐”며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질 일”이라고도 했다. 8월 임시국회에서 여러 민생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언급이다.

이번 회의는 박 대통령이 여름휴가 이후 처음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였다. 거의 한 달 만에 열린 회의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내수 진작 등 경기 회복이 시급한데도 수많은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나왔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데 여야 간 힘겨루기 때문에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낸다며 ‘정치권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회의에서 직접 구체적으로 거론한 법안 내용은 세월호 특별법 등을 포함해 21개에 달했다. 20분 가까이 이어진 회의 모두발언 중 3분의 2가량을 법안 설명에 할애했다. 법안명만 열거한 것도 아니었다. ‘일자리 창출의 효자 노릇(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1만7000개 일자리 창출(관광진흥법)’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법(마리나항만법)’ 등 개별 법안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회의에서 평소엔 잘 언급하지 않던 격정적인 표현도 자주 사용했다. 대부분 법안 통과를 차일피일 미루는 정치권을 성토하면서 나온 언급이다. 박 대통령은 “중요한 시기에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으로 판단을 잘못해서 나중에 기회를 잃으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며 “잘했어야 됐는데 하고 가슴을 치면 그때는 누구를 원망할 것이냐”고도 했다. 또 “옛날에 쇄국정책으로 우리나라가 기회를 잃었다고 역사책에서 배웠다”며 “지금 우리가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가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경제가 안 된다고 한탄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 말만 하면 되나” “말로만 민생, 민생하면 안 된다” “일자리 창출이 맨입으로 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의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 등 다소 격한 어조의 표현도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등 군 가혹행위에 대한 근본 처방도 적극 지시했다.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건강한 정신, 바른 인성을 길러주는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