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곡물값 47개월 만에 최저라는데… 과자·빵값은 요지부동

입력 2014-08-12 00:36 수정 2014-08-12 10:03

세계 곡물가격이 4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국내 과자·빵 값은 좀처럼 내릴 줄 모른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유 가격이 안정세를 나타냄에 따라 국내 휘발유 가격이 3년 만에 최저가를 기록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곡물가격지수는 185.4였다. 2010년 8월(185.2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세계 곡물가격은 2012년 9월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5개월 동안은 매월 가격지수가 떨어지고 있다. 미국, 러시아 등 주요 농업국의 옥수수·밀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재고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제품(226.1) 유지류(181.1) 설탕(259.1) 등도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전체 식량가격지수(203.9)도 지난 1월(203.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촌경제연구원 등은 내년 상반기까지 세계 곡물가격이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원료 가격이 내려도 빵·과자 값은 내리지 않는다. 제과업계는 지난해 10월 업계 1위인 롯데제과가 일부 제품에 대해 평균 9.2% 가격을 올린 후 나머지 업체들도 순차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제빵 업계에서도 지난 1월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들 업계는 원료 가격 하락에 따른 가격 인하 계획이 있는지 묻자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지난달 제빵·제과 원료 가격은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식량가격지수는 206.6이었고 곡물(196.6) 유지류(188.0) 설탕(264.8) 유제품(250.2) 등 대부분 품목이 지난달보다 높게 형성됐다. 값을 올릴 때면 국제 원료 가격 인상 핑계를 대지만 원료 가격 하락에는 꿀 먹은 벙어리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제과·제빵 업계에는 원료 가격이 바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인 데다 원료 외에 다른 비용도 감안해야 해 가격을 쉽게 내릴 수 없다고 항변한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원료 가격이 변동해도 회사에서 구매하는 것은 원료를 가공한 것이어서 원료 가격이 바로 연동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원료마다 가격 추이가 다르고 유통비, 인건비, 포장비 등도 맞물려 있어 원료가격 인하만으로 과자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설명도 있다. 또 다른 제과업계 관계자는 “곡물 가격이 하락해도 카카오빈 같은 원료 가격은 오르고 있고, 유통비용 등도 많이 오른 상태”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빵·제과 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압력을 가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최근의 저물가 기조를 ‘축소의 전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최경환 경제팀이 이들 업계에 가격 인하를 강요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세종=선정수 기자, 김현길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