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간서 만나니 한 주제가 되네요

입력 2014-08-13 00:20
사진작가 정희승이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동료 사진작가를 모델로 촬영한 ‘무제(Untitled)’.
‘회전문이 있는 방 1, 2’. 문이 열리고 닫힘에 따라 폐쇄 공간과 열린 공간으로 변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PKM갤러리 제공
사진작가 정희승(40)은 자신의 작품에 해석을 붙이는 걸 꺼려한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사진의 속성과 그 한계에 주목하며 현대미술의 경계를 탐구해 왔다. 지난 5월엔 리움미술관이 성장성이 주목되는 한국작가 1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정희승 개인전’에는 총 5점의 사진 작품이 출품됐다. 인물과 건축, 식물 등 얼핏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작품들이다.

정 작가는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시도 주제를 갖고 작업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작업한 것들을 한 공간에 전시한 것”이라며 “그런데 작품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니 같은 주제로 결합하더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같은 주제란 ‘인체’ 즉 사람의 몸이었다. 메인 작품은 고개 숙인 여인의 뒷모습이다. 등 뒤로 가지런히 모은 손, 그리고 튀어나온 뼈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인체의 아름다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열 살 난 딸이 자주 취하는 동작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델은 ‘발레를 했던’ 동료 사진작가다.

‘회전문이 있는 방’은 좀 더 은유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신체를 말하고 있다. 두 장의 사진엔 사람의 피부색과 비슷한 방이 있다. 한 장은 문들이 활짝 열려 있는 방이고 다른 한 장은 문이 닫혀 있는 방이다.

정 작가는 “똑같은 방임에도 문을 통해 폐쇄적이거나 열린 공간이 될 수 있다”면서 “사람의 마음이 열리고 닫히는 것도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작가는 다리가 3개뿐인 테이블을 전시실에 설치했다. 테이블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자신이 작업실을 오가며 찍은 수백 장의 하늘 사진들이다. 작가는 위태롭게 서 있는 테이블을 통해 인체의 불안정함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02-734-9467∼9).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