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대변자다. 따라서 국민의 뜻을 정확히 수렴해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갖는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정조사를 하려는 것은 국민의 이름으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행정부에 속하는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들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문제는 국회를 구성, 운영하는 여야 정당이 정치력 부재로 참사가 난 지 4개월이 다 돼 가는데도 진상조사의 시동조차 걸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가 기나긴 협상 끝에 지난 7일 특별법 주요 내용에 합의함에 따라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완구 새누리당,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전격 합의한 ‘상설특검제 적용+진상조사위 유가족 추천 몫 3명 보장’은 비교적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유가족들과 새정치연합 일각에서 불만 표시와 함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실행에 옮겨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불만의 핵심은 진상조사위의 특검 추천권을 양보한 점이다.
하지만 유가족들과 새정치연합 일각의 주장은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재단할 수 없도록 한 자력구제 금지라는 형사법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명색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의원까지 이런 주장에 동참한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법리적 문제점 지적에는 제대로 반박하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유가족들이 반대하니까 안 된다는 식이다. 지명도가 높은 야당 중진들로서 선명성 경쟁에 휘둘리거나 선정주의에 물들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언행이다.
상설특검제는 이번에 새로 도입된 제도다. 여야 합의로 도입한 좋은 제도를 놔두고 처음부터 특검 추천권을 엉뚱한 기구에 부여하려는 야당의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유가족의 진상조사위원 추천 몫을 당초 2명에서 3명으로 늘리고, 진상조사위에 동행명령권까지 부여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양보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 정도면 얼마든지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여야가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인 만큼 합의 파기 운운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채택 여부로 논란 중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설득해 포함시키는 것이 순리다.
야당은 박 원내대표를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유가족들에게 합의안 수용을 설득해야 한다. 세월호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한 야당을 심판한 것이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 아닌가. 극소수 시민들의 단식농성에 동참하는 등 장외로 나가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유가족들의 경우 누구보다 가슴이 아프겠지만 이쯤에서 국회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 진상조사위 활동이 더 늦어질 경우 실체적 진실규명이 그만큼 힘들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거기다 ‘세월호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사설]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정신 꼭 살려야
입력 2014-08-12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