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는 18세기까지 타조보다 큰 새가 서식하고 있었다. 코끼리새라고 불리는 에피오르니스로 키가 3m를 넘는 거대한 새다. 어마어마한 몸집 때문에 옛 문헌에 괴조(怪鳥)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실은 초식성의 온순한 새다. 날지 못하는 에피오르니스는 1800년 무렵 멸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공공기관 정상화 워크숍 때 공공기관의 개혁과 진화를 촉구하며 언급했던 도도새는 에피오르니스보다 한 세기 앞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인도양 모리셔스섬에 서식했던 이 새는 1505년 포르투갈인이 이 섬에 도착할 때까지 인간을 본 적이 없었다. 인간이 모리셔스섬에 발을 내디딘 지 170여년 만에 이 섬을 뒤덮었던 도도새는 자취를 감췄다. 인간에게 날지 못하는 에피오르니스, 도도새보다 손쉬운 먹잇감은 없었다.
새로운 종의 탄생과 멸종은 자연현상이다. 생태계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사라지는 종보다 새롭게 태어나는 종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생태계에 개입하면서 교란이 일어났다. 현재 지구상에는 3000만∼5000만종(일부에선 1000만∼3000만종으로 추정)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마다 2만6000종이 사라지고 있다. 자연적인 속도의 100∼1000배라고 한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30년 내에 지구 전체 생물종의 25%를 볼 수 없단다.
제12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2018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다. 평창 총회에는 193개 당사국,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기구, NGO 등 2만여명의 환경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생물다양성은 국가 자산이다. 중국은 마리당 연간 임대료가 10억원이 넘는 판다 임대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가 갖고 있지 못한 그 나라만의 고유종은 국부의 원천이 된다.
구상나무는 대한민국 고유종이다. 영국 식물학자 어니스트 헨리 윌슨은 일제 강점기 구상나무를 국외로 가져가 크리스마스트리로 개량했다. 이 나무를 수입하려면 로열티를 내야 한다. 우리가 우리 것을 지키지 못한 탓이다. 기후변화로 구상나무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물에선 무분별한 외래종 도입으로 감돌고기, 퉁사리 등 10여종의 고유 물고기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평창총회가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생물다양성
입력 2014-08-12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