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같은 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서 지지율이 좋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장점인 외교 문제로 대권행보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0일(현지시간) 발간된 시사잡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극단적 이슬람 성전주의자(지하디스트)들이 세력을 넓히도록 만든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을 거론하며 “내전 초기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향해 저항했던 신뢰할 수 있는 반군세력들을 무장화하는 데 실패했다”며 “결국 반군을 대신해 지하디스트들이 나서게 됐고 이들이 세력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라크를 휩쓸고 있는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도 시리아에서 처음 결성돼 이라크까지 세를 넓히게 됐다.
오바마 집권 1기 때 국무장관을 지낸 클린턴은 내전 초기에 반군을 무장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전 장관은 “위대한 국가는 원칙을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며 “멍청한 일들은 벌이지 말라(Don’t Do Stupid Stuff)는 말은 원칙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DDSS라는 약칭으로도 불리는 이 언급은 오바마 대통령이 사석에서 자신의 외교 독트린을 요약할 때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불필요한 개입을 자제하라는 의미다.
미국은 이날 이라크의 IS를 상대로 사흘째 공습에 나섰다. 아르빌을 박격포로 공격하려는 IS 일당을 공습한 것으로 지난 8일 공습 개시 이래 네 번째다. 미국은 또 소수종파 야지디족이 고립돼 있는 신자르에도 전투기와 무인기를 출격시켰다. IS의 박해를 피해 피란길에 올랐던 야지디족 5만여명 중 3만명은 쿠르드자치정부 관할지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IS 조직원 규모는 1만여명이며, 이 중 이라크나 시리아가 아닌 타 국가 출신이 3000∼5000명이라고 보도했다. IS는 미국제 휴대용 스팅어 지대공미사일과 M198 155㎜ 곡사포, 러시아제 중기관총과 스커드 지대지 미사일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팅어 미사일은 길이 1.5m, 무게 15.8㎏ 소형으로 어깨에 멘 채 발사하는 휴대용 대공미사일이다. 비행기 엔진의 열을 추적해 반경 11㎞ 이내의 항공기 격추가 가능하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세스 존스 테러전문가는 주간지 타임 온라인판에 “IS는 유럽과 미국 여권을 가진 전사들이 많아 향후 미 본토가 IS에 의해 테러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열한 내전 와중에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자신을 총리로 지명하지 않고 있는 푸아드 마숨 대통령을 제소하겠다고 나서 이라크의 정치적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 그는 대통령궁 주변에 자신에게 충성하는 군경까지 배치해 사실상 ‘쿠데타’ 수준의 위협에 나섰다. 대통령이 최대 정파 지도자를 새 총리로 지명하도록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도 쿠르드계 원로인 마숨 대통령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이라크 내 여타 종족들은 시아파 중심으로만 정부를 꾸리려는 알말리키의 3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오바마 외교정책 실패했다”… 힐러리 정면 비판
입력 2014-08-12 0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