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가 근무지인 기획재정부 고위 간부들이 매일 아침 서울에 모여 회의를 한다?’
난센스 같아 보이지만 전임 현오석 부총리 시절에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당시 ‘핵심 간부 티타임’이라는 이름으로 차관을 비롯해 10명의 고위 간부들은 오전 8시15분∼9시 정부서울청사 부총리 집무실에 모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취임 이후 이 회의를 없앴다.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포함해 기재부 보고문화는 180도 바뀌었다. 현 전 부총리가 대면보고를 선호하고 한 건의 보고를 받더라도 자세히 길게 받았던 반면 최 부총리는 ‘대면보고 지양’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대신 A4용지 1∼2장 분량의 간략한 서면보고를 선호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11일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간부들에게 틈날 때마다 ‘나는 보고받는 사람이 아니라 세일즈맨이다. 여러분이 고민해서 만든 정책을 잘 파는 게 내 몫’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최 부총리가 보고서를 대충대충 보는 것도 아니다. 차량 이동 시나 외빈 접견 시 대기시간 등 짬이 나는 시간을 이용해 보고서를 정독한 뒤 코멘트를 달아 하루 이틀 새에 회신을 한다고 한다.
최 부총리는 전날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정책 전략회의도 주형환 1차관에게 맡겼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간부를 대상으로 한 회의를 주재한 것은 지난달 21일 열린 확대간부회의가 전부다. 그날까지도 “불필요한 보고나 회의시간을 줄여 달라”는 최 부총리의 주문에 반신반의했던 간부들도 이제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고 있다. 한 기재부 간부는 “최 부총리 취임 이후 번거롭게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이동시간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관가 뒷談] ‘서면보고’ 선호하는 최경환
입력 2014-08-12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