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길 아트센터K 네모극장에 특별한 공연이 올랐다. 현지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 ‘온 에어’ 등에서 활약 중인 일본 뮤지컬 배우 노지마 나오토(32·사진)가 국내 창작 뮤지컬 ‘빨래’의 주인공 솔롱고로 특별 출연한 것. 일본에서 활동하는 배우가 한국어로, 그것도 국내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노지마를 공연 후 만났다. 자신을 ‘빨래 마니아’라고 소개하는 그는 “‘빨래’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며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의 역사·문화 등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됐다”며 웃었다.
‘빨래’는 몽골에서 온 이주노동자 솔롱고가 사는 달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극. 장애인 딸을 키우며 폐지를 줍고 사는 주인 할매, 강원도에서 상경해 서점 직원으로 일하다 부당하게 해고당한 나영, 동대문에서 옷가게를 하며 단칸방 생활을 하는 희정 엄마 등 하층민의 삶을 그린다. 이들은 매일 세상사에 치이고 매달 방값을 걱정하며 살지만 어느 이웃보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가족처럼 돼 간다. 공연 중 관객석에선 훌쩍이는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노지마와 ‘빨래’의 인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지마는 당시 일본에 라이선스 작품으로 팔려나간 ‘빨래’를 보게 된 후 생활 밀착형 연기에 도전해 보겠다는 포부로 작품을 택했다.
“배우로서 공부가 되는 작품이었죠. 연기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내 주변을 소중히 생각하게 됐어요. 살아 있음이 당연하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빨래’를 추천하곤 해요.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우리 모두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웃음).”
노지마의 연기를 보러 일본인 관객들도 다수 이날 공연장을 찾았다. 캐릭터가 외국인 노동자이다보니 노지마의 어눌한 한국말이 오히려 사실적으로 느껴졌고 감동은 커졌다.
“일본 관객들은 ‘빨래’ 공연을 통해 한국인의 일상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지난해 500석 규모의 일본 긴자 미쓰코시홀에서 공연했을 때 호응이 무척 좋았지요. 이웃 간의 정, 한국 그대로의 모습을 보며 한국을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특별공연과 거꾸로 일본판 ‘빨래’에 한국 출연진이 참여해도 재밌지 않을까요.”
제작진은 2005년 ‘빨래’ 초연 후 10주년을 맞는 내년에도 특별 공연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한국말로 국내 뮤지컬 출연한 日 배우 ‘빨래’ 주인공 노지마 나오토
입력 2014-08-12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