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안주보다 더 큰 무대 도전 선택 루키 이미림 LPGA 정복하다

입력 2014-08-12 01:32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은 국내 무대에서 절대적인 1인자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다. 그냥 한국 무대에서만 뛴다면 어느 정도의 상금과 인기를 받으며 편안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림은 안주하지 않고 큰 무대에서 뛰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도전을 선택했다.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이미림은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 2008년에는 국가대표 생활을 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0년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어 지난해까지 3승을 거뒀다.

그럼에도 이미림은 항상 큰 무대를 꿈꿨다. 사실 최근 여자 골프계에선 KLPGA 투어가 크게 성장하면서 굳이 선수들이 고생을 감수하고 미국으로 건너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LPGA 투어는 전 세계를 도는 강행군 속에 한 해 2억원가량 투어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포기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에 한국 선수로는 이미림이 유일하게 응시하기도 했다. 골프 여제로 불렸던 신지애(26)조차 힘든 일정과 향수병 등으로 일본 무대로 선회했다.

이미림이 도전을 선택한 것은 더 큰 무대에서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겨루고 싶다는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이미림은 “한국 무대에서 3승을 올리고 LPGA 투어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사이 성적 부진으로 스폰서가 해지되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사비를 들여 미국 전지훈련에 나서는 등 LPGA 투어 준비를 차곡차곡 했다. 구체적으로 비거리를 늘리고, 정신력 강화에 몰두했다. 결국 이미림은 평균 드라이버 거리를 275야드까지 높였다. 또 ‘우승을 위해선 흥분하지 말자’는 말을 신조로 삼고 평정심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같은 훈련을 통해 이미림은 11일(한국시간) 마이어 LPGA 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박인비(26)와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신인이지만 흥분하지 않고 박인비, 수잔 페테르센(34) 등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치는 강심장을 발휘했다.

박인비도 후배의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박인비는 “이미림이 LPGA 투어에 진출할지 아니면 KLPGA 투어에 머물지 고민했을 텐데 좋은 선택을 한 게 분명할 것”이라며 “아직 어리지만 꾸준하고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미림은 “박인비 언니는 한국에서 영웅과도 같은 선수”라며 “나도 언니처럼 되고 싶고, 따르고 싶다”고 화답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