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에서부터 군부대 총기 사고와 구타사망 사건 등 온통 우울한 소식뿐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신나고 기분 좋은 일이 거의 없다. 기대를 걸었던 월드컵마저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그러던 차에 모처럼 의미 있는 행사가 열리게 됐다. 다음달 19일부터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亞게임, 교류·협력 물꼬 터야
남북 스포츠 교류는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역할을 해 왔다. 북한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280여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300여명,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 100명의 응원단을 보냈다. 이번에도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의 숨통을 틔워줄지 관심이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고 핵을 포기하지 않는 등 전혀 변화가 없는데 교류와 협력, 통일을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한쪽에서 설령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한쪽에서는 대화와 교류가 진행돼야 마땅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교류를 안 할 수는 없다. 북한이 주로 사용하는 화전 양면 전략을 우리라고 못할 것도 없다.
독일이 통일된 것도 시냇물 같은 작은 교류와 협력이 모아져 통일이라는 큰 강물로 이어진 것이다. 남북 간에 꽉 막힌 대화의 물꼬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터야 한다. 남북한 선수단 동시 입장과 공동 응원 여부 등 얘기할 거리도 많다.
무력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해야겠지만 교류와 협력에 관해서라면 체제나 경제에서 앞선 우리가 북한과 똑같이 놀아선 안 된다. 형편이 나은 형이 가난하고 말썽만 부리는 동생을 포용하듯 해야 한다. 이걸 해주면 저걸 해주겠다는 식으로 사사건건 조건을 붙여서도 안 된다. 폭넓고 통 큰 자세가 필요하다.
인천에 올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부터 후하게 대접해야 한다. 쩨쩨하게 체류 비용을 따지거나 대회 규정을 들먹이지도 말아야 한다. 이 정도 일에는 막 퍼줘도 된다.
朴대통령, 남북관계 개선 적임
최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발족되는 등 정부가 통일을 향한 청사진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북한이 손을 잡는 모습을 보여준 뒤 순차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는 등 남북 간의 교착을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일회성 스포츠 행사로 끝내지 말고 교류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나 방안을 밝히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11일 남북 고위급 접촉을 북에 전격 제의한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추석 때는 이산가족 상봉도 가능할 것이다.
같은 정책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여론이 다른 게 우리의 현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일 정책은 보수 진영의 반대로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할 수 있다. 보수 진영이나 진보 진영이나 크게 반대할 가능성이 적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데 적임자일 수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7·4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김 전 대통령의 6·15정상회담, 노 전 대통령의 10·4공동선언까지 아우르는 통일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마침 통일준비위원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 정부와 민간, 여당과 야당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을 논의하는 기구로 만들어졌다. 정파적 이해관계가 반영된 통일정책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지지하는 역사를 만들 수 있다. 국민과 여야가 동의하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통일 정책을 만들 기회다.
신종수 사회2부장 jsshin@kmib.co.kr
[돋을새김-신종수] 북한 응원단에게 퍼줘라
입력 2014-08-12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