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수학자대회 계기로 기초학문 관심 커졌으면

입력 2014-08-12 00:30
100여개국 5000여명의 수학자가 참석하는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가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1897년 시작돼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기초학문 분야의 국제행사 중 가장 오래됐으며 수학계의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이 대회에 즈음해 ‘2014 국제수학연맹 총회’와 국내 수학교사들이 참가하는 ‘수학교사 한마당’ 등 행사가 열리고, 수학 관련 서적 출판이 잇따르는 등 수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 수학의 위상은 세계 10∼11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우리 청소년들의 수학 실력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2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1위를 차지했고 2012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도 한국 수학 영재들이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수학은 기초학문일 뿐더러 경제와 경영, 우주항공, 정보보안, 인터넷 등 실용 부문에도 바탕이 되는 필수학문이다. 선진국들의 앞선 기술 가운데 수학에 기반을 두지 않는 것은 거의 없다. 미국 유럽 등에서 수학자는 최고의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정부 차원의 지원은 미미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가 연구·개발 예산 16조9139억원 중 수학 분야에 투자된 액수는 0.4%인 673억원에 불과하다. 기계(14.9%), 정보통신(10.9%)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지구과학(3.5%), 물리(2.6%), 화학(1.9%)에 비해서도 훨씬 적다. 이는 젊은 수학자들이 긴 안목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데 심각한 장애요인이다. 40세 이하의 수학자들에게 주어지는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가 아직 국내에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정부의 열악한 지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우리 수학이 한 단계 도약해야 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정부는 당장 성과가 없다고 무관심할 것이 아니라 필수 기초학문인 수학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겠다. 수학계도 재미없고 골치 아픈 과목으로 인식된 수학의 대중화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쏟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