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여전사’에서 ‘타협·공감 정치인’ 변신… 힘빠진 야당 고육책? 정치적 승부수?

입력 2014-08-11 04:00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계기로 타협의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여전사' 등으로 불리며 강성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다.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 참패에서 드러났듯 대여 투쟁만으로는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고민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타협안이 불발될 경우 뾰족한 타개책이 없다는 점에서 박 위원장과 새정치연합은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박 위원장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후 단 사흘 만인 7일 여당과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막판 반대 등 대여 투쟁에서 보여준 것과는 달랐다. 대여 강경 투쟁이 아닌 타협과 협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 위원장의 변화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재보선 참패에 따른 세월호 특별법 협상력의 한계다. 새누리당이 버티는 한 특검 추천권을 계속 요구하는 전략으로는 야당에 퇴로가 없을 수 있고, 투쟁 정당 이미지만 강화될 수 있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정치적 소신도 들어 있다. 그는 원내대표 당선 직후인 지난 5월 1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해 놓고, 안 되는 것들 중에서 절충점 찾는 과정이 협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대위의 혁신 드라이브를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도 풀이된다. 세월호 특별법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한다면 혁신과 공감을 내세운 비대위 체제는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안팎에서는 혁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면 비대위는 혁신과제를 제대로 시작조차 못할 수 있다. 실제로 18대 대선 패배 이후 옛 민주당은 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았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파동 등에 개혁과제가 묻혀버렸다.

세월호 특별법의 경우 유가족들 입장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너무 늦지 않게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현실론이 충돌하고 있다. 현재로선 재협상 요구가 들끓고 있어 박 위원장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후폭풍이 크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당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10일 “재협상 요구로 여야가 대치할 경우 싸움만 하는 야당, 강경파에 휘둘리는 야당이라는 비판을 다시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상 전략을 미리 노출할 수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의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비판도 많다. 비대위 사정에 밝은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되자마자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큰 그림을 그리는 박 위원장의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소통 과정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