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10일 육군 28사단 윤모(20) 일병 사망 사건의 책임 범위에서 당시 국방부 장관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이 제외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 실장과 권 전 총장만 ‘쏙’ 뺀 발언 때문에 군 일각에서는 이들 이하 보고라인만 이른바 ‘살생부’에 포함될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
이 고위 관계자가 특정한 인물은 김 실장과 권 전 총장 두 사람뿐이다. 이들에게 보고 의무가 있는 이하 직급은 국방부 감사의 대상에 포함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 일병에게 지속적·조직적으로 가해진 엽기적 가혹행위를 누가 얼마나 알았는지에 따라 인책 명단이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확인된 군 수뇌부에 전달된 보고 중 서면으로 확인 가능한 것은 지난 4월 8일 ‘중요사건보고’와 ‘28사단 헌병대 수사보고서’ 등이다.
중요사건보고의 경우 배부선이 ‘장관·차관·인사복지실장·군사보좌관·대변인(국방부), 합참의장·차장(합참)’으로 명시돼 있다. 이 보고서는 윤 일병 사건의 ‘병영 부조리’에 대해 “사고자(가해자)들이 사망자 전입 후 지속적으로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됨”이라고 명시했다.
수사보고서에는 중요사건보고보다 구체적으로 15쪽에 걸쳐 ‘가래침 핥기’ 등 가혹행위가 묘사돼 있다. 28사단 헌병대는 윤 일병 사망 당일인 4월 7일 가해 선임병과 목격자들에 대한 긴급 수사를 단행해 이미 상당한 분량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였고, 이를 지체 없이 상급 기관에 보고했다. 보고라인은 ‘6군단-3군사령부-육군본부-국방부’ 순으로 전산망을 통해 전달됐다.
김 실장이 받은 중요사건보고에 엽기 행위가 묘사돼 있지 않기 때문에 수사보고서를 전달받은 육군본부와 국방부 고위직을 중심으로 문책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에서는 수사 내용과 가해자 구속 등 인사 조치를 자동적으로 보고받는 조사본부장과 인사복지실장, 육군본부에서는 헌병실장과 법무실장, 인사참모부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군 수뇌부 전체가 사망 사건 직후부터 가혹행위의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수사보고서가 구체적으로 기술된데 비해 중요사건보고가 요약 기술하고 있을 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장관같이 바쁜 사람에게 15쪽짜리 보고서를 올리는 참모는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국방부 감사관실이 1차 감사 결과부터 김 실장을 보호하기 위해 책임 범위를 그 이하로 ‘꼬리 자르기’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단독-윤일병 폭행사망 파장] 윗선은 쏙 빼고… ‘살생부’에 보고라인만 넣나
입력 2014-08-1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