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영상 사이트 소후닷컴(搜狐)은 지난 6일 배우 배용준(42) 소유의 엔터테인먼트사 키이스트에 150억원을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일명 ‘김수현 효과’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국에서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으면서 소후닷컴이 김수현의 소속사에 투자한 것. 이로써 소후닷컴은 키이스트의 2대 주주가 됐다. 키이스트 관계자는 11일 “두 회사가 미디어콘텐츠를 공동 제작할 예정”이라며 “키이스트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도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위 사이트를 위해 공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중국 자본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시작은 게임이었지만 올 초 SBS ‘별에서 온 그대’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는 물론, 영화 등 다각화 되고 있는 모양새다.
◇물 밀듯 들어오는 ‘차이나머니’=세계 최대 모바일메신저 위챗(가입자 4억명),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을 개발한 라이엇 게임즈 등을 소유한 중국 기업 텐센트(騰訊)는 2012년 4월 카카오에 720억원(지분 13.3%)을 투자했다.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된 이후에도 이들은 다음카카오의 지분 9.9%를 보유, 2대 주주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텐센트는 이외에도 지난 3월 CJ게임즈에 5억 달러(약 5100억원)를 투자, 지분 28%로 3대 주주가 됐고 리로디드스튜디오(55억원), 아이덴티티게임즈(40억원), 탑픽(20억원) 등 국내 10여개의 게임업체에도 투자했다.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에도 이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8개였던 한·중 합작 영화는 지난 7월 말 현재 제작 예정 영화를 포함해 14개로 늘었다.
국내 드라마 판권 사들이기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최대 동영상사이트 ‘토도우(土豆)’는 현재 방송 중인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의 온라인 방송권을 회당 12만 달러(약 1억2000만원)에 구매했다. 이는 중국 동영상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가 올 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방송권을 회당 3만 달러(약 3000만원)에 사들인 것과 비교하면, 구입 가격이 4배 뛴 것이다.
◇드라마에서 중국 제품 쓰는 주인공 볼 날 멀지 않았다?= 지난 5월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 마지막회에는 다소 낯선 장면이 전파를 탔다. 윤보원(박하선 분)이 식당을 예약하기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는 장면. 그는 중국 오픈마켓인 ‘타오바오’ 앱을 사용했다. 이 앱은 현재 한국어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드라마 속 장면에 이 앱을 노출시키기 위해 제작진은 CG작업을 거쳤다.
중국 내에서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중국 시청자들을 겨냥해 드라마 내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로 참여하려는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에는 중국 화장품 브랜드 ‘뉴라이프’가, ‘닥터이방인’에는 ‘타오바오’ 등과 함께 국내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가 중국어 로고로 협찬했음을 알리고 있다. 해외 시장의 인기를 그대로 반영한 환영할 만한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자칫 한국인의 정서를 기본 바탕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에 중국 광고가 무분별하게 끼어들어 극의 흐름을 깰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인터넷을 통해 국가간 장벽이 사라지면서 중국 시청자들이 한국 콘텐츠의 몰리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분위기는 계속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극 흐름을 깨는 간접광고가 등장하면 국내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사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진격의 차이나머니… 게임·드라마·영화 이제 PPL광고까지
입력 2014-08-12 0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