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계기로 타협의 정치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여전사’ 등으로 불리며 강성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7·30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해 투쟁적 야당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고육지책, ‘박영선 비대위 체제’의 정치적 승부수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위원장은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월호 특별법 합의도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후 단 사흘 만인 7일 여당과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막판 반대 등 대여 투쟁에서 보여준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대여 강경 투쟁이 아닌 타협과 협상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박 위원장의 변화 이유는 몇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재보선 참패에 따른 세월호 특별법 협상력의 한계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버티는 한 특검 추천권 확보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진상조사위 구성을 통해 실리를 얻자는 판단이다. 특검 추천권을 계속 요구하는 배수의 진 전략으로는 야당에 퇴로가 없을 수 있고, 결국 얻는 것 없이 투쟁 정당 이미지만 강화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깔려 있다.
본인의 정치적 소신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원내대표 당선 직후인 지난 5월 1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분해 놓고 안 되는 것들 중에서 절충점 찾는 과정이 협상”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승부수로도 풀이된다. 세월호 특별법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할 경우 혁신과 공감을 내세운 비대위 체제는 자치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재보선 참패 이후 당 안팎에서는 혁신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진전이 없다면 비대위는 당 재건과 혁신과제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18대 대선 패배 이후 옛 민주당은 개혁에 대한 열망이 높았지만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파동 등에 개혁과제가 묻혀버린 측면이 컸다.
새정치연합이 지난 6·4지방선거와 7·30재보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은 것 역시 강경 이미지만으로는 당과 박 위원장 모두 정치적 미래가 밝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때문에 야권 지지층 및 당내 강경파, 일반 국민의 정서를 아우르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타협 행보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복잡하다. 한 호남 중진 의원은 “(지난 7월 10일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박 비대위원장이 통합과 화합의 정치에 너무 공을 들이는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비대위 사정에 밝은 한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되자마자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했다는 불만이 많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 박 위원장의 진정성은 이해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이슈분석-박영선의 딜레마] 힘빠진 야당 고육책? 정치적 승부수?
입력 2014-08-11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