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를 내가 믿사오며….”
10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선 55년 만에 한자리에 모인 목회자들의 특별한 신앙고백이 흘러나왔다. 1959년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 문제 등으로 갈라진 예장합동과 통합 교단의 전 총회장단이 ‘한국교회 치유와 회복을 위한 연합기도회’에서 한목소리로 신앙고백을 한 것이다. 한국교회의 장자교단인 두 교단의 역대 총회장들이 대거 참석해 회개와 화합을 다짐한 것은 이번 연합기도회가 처음이다. 이날 기도회에는 김창인 림인식 서기행 김순권 김동권 홍정이 장차남 박종순 김삼환 목사 등 두 교단의 지도자 20여명과 성도들이 참석했다.
55년 전 WCC 가입을 찬성하는 연동파(예장통합)와 반대하는 승동파(예장합동)로 갈라진 양 교단은 각각 장신대와 총신대를 통해 목회 후보생을 배출하고 경쟁적으로 교세를 키우면서 한국교회 부흥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후 수많은 군소교단으로 갈라지면서 한국교회 분열의 상징이 됐다.
신앙의 후배들은 한목소리로 찬송가 200장 ‘사랑하는 주님 앞에’를 부르며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엡 4:3)을 힘써 지키지 못했던 자신과 신앙선배들의 죄악을 회개했다. “사랑하는 주님 앞에 형제자매 한 자리에 크신 은혜 생각하며 즐거운 찬송 부르네….” 이 순간이 감격스러웠는지 많은 성도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예배현장을 촬영했다.
명성교회와 사랑의교회 성가대로 구성된 연합찬양대는 ‘오직 예수’ ‘주의 기도’를 선보이며 한목소리만 낸다면 역사적 분열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1000여명의 찬양대가 뿜어낸 웅장하면서도 폭발적인 화음은 6500석의 예배당을 압도했다. 그리스도의 유일성 앞에 교단분열의 과오는 종잇장 한 장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는 ‘화목제물 예수 그리스도’라는 설교를 통해 “예수님이 우리 죄를 위해 화목제물로 죽으셨기 때문에 우리는 화목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면서 “이제는 양 교단이 55년 분열 역사를 극복하고 화합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내년 맞이할 해방 70주년은 희망의 새 역사를 이뤄야 할 절박한 시점”이라며 “이 희망의 출발은 예장 합동과 통합의 화해와 연합, 협력 속에 있다”고 선포했다.
예장합동 최기채 장차남. 예장통합 박종순 김창인 전 총회장은 각각 한국교회의 치유와 회복, 사회의 안정과 국가발전, 한국교회 연합과 부흥,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떨리는 목소리로 기도했다. 김동엽 예장통합 총회장은 ‘감사의 말씀’을 통해 “민족과 교회의 숙원이며 기도제목인 한반도 평화통일은 교회 연합과 사회통합이 되면 자연히 이뤄질 열매”라고 강조했다.
기도회는 지난 3월 양 교단 원로급 지도자 10명이 모였을 때 ‘예장 합동과 통합의 분열 이후 분단국가의 시련이 더욱 깊어졌고 정치·경제·사회적 혼란과 함께 교회조차 공신력을 잃게 됐다. 이단들은 더욱 세를 과시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되면서 시작됐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55년 분열 역사를 극복·화합하게 하소서”
입력 2014-08-11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