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 순국추모비’ 복원해야

입력 2014-08-11 03:25
“일본의 식민지배로 인해 한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데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과합니다.”

2001년 10월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을 방문해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굽혀 헌화한 뒤 한 말이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외국으로부터의 침략, 조국분단 등 참기 힘든 곤경과 수난 속에서 (한국민들이) 받은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고통스런 고난을 두 번 다시 겪지 않도록 협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역사가 담긴 추모비는 현재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대신 ‘민족의 혼 그릇’이라는 상징 조형물이 놓였다. 고문 모습을 재현한 지하 전시관의 전시물도 철거되고 영상물로 대체됐다. 고이즈미 방명록도 전시되지 않고 있다.

이를 안타까워 한 목회자와 시민들이 ‘순국 추모비’ 복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998년 세워진 추모비에는 일제 때 사형을 당한 400명 중 이름이 확인된 90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추모제단과 향, 촛대 등 헌화·분양시설도 갖췄다.

서대문지역교회연합회(회장 이경수 목사)는 10일 서울 종로구 통일로 서울영천교회(이용호 목사)에서 ‘광복절기념 연합예배’를 갖고 ‘순국열사 추모비’ 복원 운동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앞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순국추모비 복원운동 추진위원회’(위원장 장태봉 목사)를 결성하고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해 왔다. 현재 7000여명이 서명했다. 청와대와 국가보훈처, 서울시 등에 추모비 복원을 탄원하고 필요하면 모금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