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자는 ‘軍 인권법안’ 처리, 윤일병 사건 계기 탄력받나

입력 2014-08-11 04:00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 '잠자는' 군 인권 개선 법안들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윤 일병 사건의 재발을 방지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이 이른 시일 내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세월호와 관련한 여야 간 치열해진 신경전으로 인해 국회가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관련 법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인복무기본법안'이다. 주요 내용은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 가혹행위, 언어폭력, 그 밖의 사적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가혹행위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무 관련 권한을 부여받은 사항 말고는 병사들 간의 명령·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사의 고충처리·전문상담관 운용 등 군인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다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또다시 개별법으로 재규정하는 점 등은 추가 검토해야 할 사항으로 지적된다.

같은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인지위 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에는 '군사옴부즈맨'을 국회에 설치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군사옴부즈맨에서 군인이 제기한 진정이나 국회 국방위가 요청한 사항 등에 대해 조사하도록 했다. 부대 방문권과 정보 접근권, 인권침해 행위와 부당한 처우에 대한 시정 및 개선 권고권을 군사옴부즈맨에게 부여했다. 국방부 장관이 군인의 고충을 상담할 수 있는 전문상담관을 일정 규모 이상의 부대에 두도록 한 규정도 담았다. 안 의원은 2011년 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자 2012년에 다시 제출했다. 이 법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선 군사옴부즈맨과 국민권익위원회의 업무 중복 가능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김광진 의원 등 25명은 대통령 소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이 법안은 1948년 11월 30일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군 사망 또는 사고 가운데 진상규명위원회가 자체 결정에 따라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출석 요구, 진술 청취, 통신사실 확인 등의 권한을 진상규명위에 부여했다. 2005년 말까지 발생한 일부 군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군 의문사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진상규명을 실시한 바 있다.

이 밖에 군 인권뿐 아니라 군 사법체계 등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들도 앞으로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최근 군사법원 조직 법률안, 군 검찰 조직 법률안, 군형사소송법안, 장병의 군사재판 참여 법률안 등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군내 범죄의 투명한 수사와 처벌을 위해서 이 같은 법률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