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통피아’ 비리, 썩지 않은 곳이 없다

입력 2014-08-11 03:10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연구원 두 명이 정부출연금을 유착관계에 있는 기업에 몰아주고 그 대가로 2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아 챙겼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방송통신융합산업 육성 정부출연금에서 직간접적으로 빼돌린 돈은 12억여원이었다. 이들의 비리를 단속해야 할 미래부와 서울시 소속 공무원들은 이들로부터 각각 800만원, 1000만원가량이 든 체크카드를 받고 비리를 묵인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NIA 발주 과제의 경우 정부가 선도적·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사업인 탓에 장비나 용역에 관한 기준 자격이 없어 사업비의 적정성이나 횡령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들이 악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3일에도 미래부 산하 또 다른 출연연구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연구원 두 명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수주 대가 등으로 IT 업체로부터 15억4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방식도 동일하며 횡령한 돈을 유흥에 탕진한 점도 같았다. 불과 1주일 새 기소한 두 건에서 30억원에 가까운 정부 돈이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니 ‘통피아’(통신+마피아) 비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렇지만 미래부뿐만 아니다. R&D 관련 정부지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마다 이와 비슷한 비리가 구조적으로 만연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나라의 연구 기능은 정부직속기관, 정부출연 연구기관, 대학교, 민간 연구소 등에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어 어지간한 전문가가 아니면 헷갈릴 정도로 다양하다. 정부의 R&D 예산만도 17조원에 이른다. 일부 교수들은 교육부 등의 R&D 지원 사업도 지원받은 대학교들에서 막대한 자금이 허투루 쓰이거나 빼돌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감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회에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위상도 재정립해야 한다. 일부 기초연구와 정책개발 분야를 빼고는 대기업 연구소에 R&D 기능을 넘기라는 요구마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의 R&D 지원 등 연구기관마다 중점 사업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