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사업영역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 90%를 넘어선 만큼 남들이 하지 않는 서비스를 먼저 해 ‘플랫폼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의도다.
카카오 관계자는 10일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단 사업성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출시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가시화된 건 금융, 결제, 택시 서비스 등이다. 카카오는 이르면 다음 달 중 ‘뱅크월렛카카오’란 이름의 금융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카오톡에 사용자의 가상 계좌를 만들고 여기에 최대 50만원을 충전할 수 있다. 하루에 최대 10만원을 다른 사용자에게 보낼 수 있다. 경조사, 자녀 용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5개 은행이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위해 카카오와 제휴를 했다.
3분기 중으로는 공인인증서 없이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있는 ‘카카오간편결제’(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톡에 사용자의 신용카드를 등록해 모바일 결제 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공인인증서 없이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결제원의 보안 ‘가군’ 인증을 받은 LG CNS의 ‘엠페이’ 기술이 사용된다. 보안 가군 인증을 받으면 30만원 이상 결제 시 공인인증서를 대체하는 인증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스마트폰 앱으로 근처에 있는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카카오 택시’(가칭)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와 마찰을 빚고 있는 ‘우버’와 같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식 면허가 있는 영업용 택시와의 제휴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신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현재 성장동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국내에서는 확고한 위치에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가입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년간 수익원 역할을 해줬던 게임 플랫폼 사업도 과거와 같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신규 사업이 늘어날수록 기존 사업자들과 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1일부터 직접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시작했는데, 기존에 입점했던 SK플래닛 등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금융, 결제 등은 은행, 카드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서비스가 시작되면 어떤 형태로 갈등이 불거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카카오가 속도를 내는 건 없던 시장을 만들고 선점해야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정도를 제외하면 ‘성공’ 케이스로 내세울 게 별로 없다.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홈, 카카오뮤직 등은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서비스들은 모두 기존 ‘레드오션’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음과의 합병으로 가용 자원이 늘어난 점도 최근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합병 발표 이후 카카오 내부에서는 여러 개의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신규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新시장 열어야 산다’… 카카오, 성장한계 돌파 승부수
입력 2014-08-11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