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통장을 제공한 뒤 입금된 범죄수익금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죄 조직에 통장계좌를 빌려준 뒤 입금된 범죄수익금을 사기범보다 먼저 인출해 빼돌린 혐의(사기방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로 송모(27)씨와 이모(23)씨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송씨에게 통장을 제공한 김모(26)씨도 사기방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송씨 일당은 지난 6월 24일 보이스피싱 피해자 김모(39·여)씨가 3개 계좌로 나눠 송금한 999만9000원 중 590만원을 인출해 가로채는 등 20여 차례에 걸쳐 9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와 이씨는 지난 3월부터 스마트폰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에 ‘급전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린 사람에게 접근해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통장 계좌를 제공하고, 돈이 입금되면 그 돈을 먼저 빼내 절반씩 나누자”고 제의했다. 이들은 이렇게 모은 대포통장 제공자 23명을 사기범에게 연결해줬다. 이어 송씨의 핸드폰으로 입금 알림 문자 서비스를 신청해놓은 뒤 범죄 수익금이 입금되면 이를 재빨리 인출해 달아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사기조직이 아닌 제3자가 중간에 돈을 가로챈 흔적을 발견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송씨는 범죄자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점을 노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통장 및 카드를 제공한 공범 23명의 신원을 확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낚는 놈 위에 가로채는 놈
입력 2014-08-11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