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단식 28일 넘겨 유족은 생사 오가는데… 실언 내뱉은 정치인 페북 차단하고 끝!

입력 2014-08-11 03:49

[친절한 쿡기자] 자식이 죽으면 부모는 애가 끊어진다고 합니다. ‘애’는 몸속 창자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입니다. 애를 끊는 슬픔을 넘어 이젠 곡기마저 끊은 세월호 탑승 단원고 학부모를 두고 새누리당 3선 중진 안홍준 의원이 “제대로 단식을 하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어?”라며 “벌써 실려 갔었어야 되는 거 아냐?”라고 잡담하는 모습이 지난 7일 언론에 포착됐습니다.

세월호특별법 안에 독자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넣어달라며 단식을 이어가는 세월호 유가족을 두고 한 말입니다. 안 의원은 이튿날 페이스북에 “의사 출신으로서 단식자들의 건강이 위험하다고 염려돼 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안 의원은 또 “세월호 유족을 지칭한 것이 아니고 정치인이나 일부 이벤트성으로 단식 농성하는 경우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 의원 말대로 단식은 정치인들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애용해 왔습니다. 역대 대통령만 언급하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0년 지방자치 부활을 요구하며 열사흘을 굶었습니다. 민주화 투쟁 시기 ‘간헐적’ 단식을 활용한 김영삼 대통령은 1983년 가택연금 해제를 요구하며 23일을 굶어 결국 전두환 정권의 연금해제 조치를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들 가운데 단식의 최고봉은 전두환 대통령입니다. 1995년 문민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탓에 내란죄로 구속된 전 대통령은 감옥에서 28일을 굶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밥을 거부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고 결국 타의에 의해 곡기 끊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 의원 걱정대로 10일은 세월호 유족 단식 28일째입니다. 전두환 대통령도 더는 버티지 못했던 그 28일째입니다. 안 의원 발언 이후 세월호 가족 가운데 마지막까지 단식을 이어가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의료진 진찰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체중이 15%나 줄었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네티즌들은 단식 전과 후 비교 장면을 만들어 퍼나릅니다(사진). 김씨는 “(안 의원) 사과없이 의료지원 받지 않겠다”며 “관을 짜놓고 죽을 때까지 진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민 아빠뿐만이 아닙니다. 9일엔 영화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명배우 문소리의 배우자 장준환 감독, 영화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 영화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 등 영화계 인사 20여명이 새로 단식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문제의 발언 전까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줄기차게 애용했던 안 의원은 이날 현재 페이스북을 지인들만 보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해명마저 분노를 사자 일단 다중 접속 끊기로 대처한 듯한데, 이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닙니다. 페이스북에 달린 ‘좋아요’ 친구들의 댓글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또 잘못을 끊고 유민 아빠를 찾아가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유족의 목소리를 들어주십시오.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의무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