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풍자 그림’ 책임 큐레이터 결국 사퇴

입력 2014-08-11 03:48 수정 2014-08-11 17:10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의 전시를 유보해 논란을 빚은 광주비엔날레의 책임 큐레이터가 사퇴했다.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프로젝트 책임 큐레이터인 윤범모(사진) 가천대 교수는 10일 오전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 파행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간과할 수 없어 사퇴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광주비엔날레 측은 ‘광주정신’을 기치로 전시와 강연, 퍼포먼스로 구성한 특별프로젝트 ‘달콤한 이슬-1980 그 후’를 개막하면서 민중미술작가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전시를 유보하기로 했다.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의 ‘세월오월’은 80년 5월 광주정신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다는 취지에서 5·18 당시 시민군과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들어 올려 아이들이 전원 구조되는 장면을 표현했다.

하지만 작품 속에 박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 등이 등장하는 것을 두고 광주시에서 수정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홍 작가는 개막 당일 허수아비로 표현된 박 대통령의 모습 위에 닭 그림을 붙인 수정본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시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전시 총괄 책임자로서 한계를 느꼈다”며 “사퇴를 표명하고 회의장을 나왔으며 ‘세월오월’의 전시 유보 결정은 책임 큐레이터의 불참 속에서 강행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의 표현 자유를 보장하는 일과 광주 정신은 별개의 것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