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시험 보는 ‘강아지 유치원’

입력 2014-08-11 04:53 수정 2014-08-11 14:24

국내 반려동물이 10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강아지 유치원'까지 등장했다. 입학시험과 수업시간표까지 따로 있을 정도다. 강아지 유치원들은 한 달 수업료가 대학 등록금 수준이지만 자리가 없어 '입학'하기가 쉽지 않은 곳도 있다. 반려동물 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지나친 장삿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강아지 유치원. 이름표를 단 강아지 10여 마리가 통유리로 된 넓은 공간에서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뛰고 있었다. 이곳에선 강아지들을 상대로 일명 ‘리더십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가정 내에서 강아지가 자신의 서열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교육이다. 한 교실에서 다른 교실로 단체로 이동하던 중 흥분한 푸들 한 마리가 차단문을 뛰어넘어 도망쳤다. 조련사가 호루라기를 불자 달리던 푸들이 멈추더니 천천히 교실로 돌아왔다. 호루라기 소리나 먹이 냄새 등 특정 자극에 반응하는 ‘클리커 훈련’을 이용한 교육이다.

이곳에 ‘입학’하려면 강아지는 주인과 격리된 채 1주일간 ‘훈련 적합성 및 사회성 시험’을 거쳐야 한다. 환경변화 적응력 시험, 복종 훈련 시험 등이 진행되는데 이 비용만 10만원선이다.

입학시험을 통과한 강아지에 한해 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다. 입학 후에는 기본훈련, 배변·배뇨훈련, 보행훈련, 퍼포먼스 훈련, 행동교정 훈련 등이 진행된다. 수업료는 훈련별로 1달 기준 50만원에 달한다. 일대일 심층훈련을 원하거나 강아지의 체중이 5㎏을 넘어설 경우에는 추가 비용이 붙는다.

이런 강아지 유치원은 전국에 수십여곳이다. 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거나 무는 습관이 있는 강아지를 대상으로 한다. 혼자 사는 직장인이 낮 동안 강아지를 맡겨놓는 경우도 많다. ‘손’ ‘차렷’ ‘앉아’ 등 명령어에 복종시키는 훈련이 인기다.

이들 유치원에서는 실제 어린이 유치원처럼 조련사들이 ‘하루일지’ ‘발달수첩’ 등을 적어 주인에게 보내준다. 오늘은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떤 강아지와 제일 친하게 지냈으며 어떤 행동을 배웠는지 등을 상세하게 적어주는 ‘피드백 서비스’다.

수영장과 머드팩 목욕탕, 스파, 아로마테라피 시설 등을 갖춘 최고급 유치원은 입학대기 견이 있을 정도다. 어린이 유치원 학부모들끼리 모임을 갖는 것처럼 같은 유치원에 강아지를 보내는 견주끼리 일종의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강아지 유치원들이 애견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지나친 장삿속을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일단 강아지의 행동 교정에 실패하더라도 환불되지 않는다. 훈련이 끝나면 고가의 사료나 물품 구입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본 수업료 외에 사료비, 간식비 등으로 예상치 못한 부대비용이 붙는 경우도 많다. 훈련을 위해 유치원에 보내졌지만,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분리불안 증세가 있는 강아지들은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부 강아지 유치원에서는 바이러스 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강아지들이 전염병에 걸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