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폭력 근절, 군종이 대안이다] ③ 구태척결 위해 군종에 힘 실어야

입력 2014-08-11 03:23

“군종 활동이 대대급 부대와 대대 교회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최문식 분당샘물교회 목사)

“무엇보다 이등병의 부대 적응을 돕는 일에 군 사역자들의 관심과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수원 K군인교회 김모 목사)

‘윤모(20) 일병 폭행사망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는 군대 내 군종 역할을 두고 군 사역 전문가들은 “폭력과 같은 구태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군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최문식 목사는 10일 “현재 연대 중심으로 배치돼 활동 중인 군종의 활동 반경을 대대급 부대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4년 군종으로 출발해 29년 동안 복무하면서 군종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 직위인 국방부 군종실장까지 지냈다.

최 목사는 “강원도 전방부대 같은 ‘격오지(본부 부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 대대에 젊은 군종이 투입된다면 현지 장병들의 사기 함양과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현재의 군종 배치를 바꾸는 대안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260여명에 달하는 군종 목사는 주로 대대의 상급 부대인 연대에 2명 정도씩 배치돼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 출범한 미래군선교네트워크는 ‘대대교회 활성화’를 강조했다. 군종 출신인 윤병국 미래군선교네트워크 사무총장은 “현재 복무 중인 대부분 군 병력(사병)들의 주 생활 공간이 대대급 부대”라며 “이들의 종교 활동이 이뤄지는 대대급 부대의 교회 사역이 얼마나 내실 있게 이뤄지느냐가 병영문화개선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MEAK)에 따르면 현재 1000개 정도인 군인교회 가운데 4분의 3 정도를 차지하는 대대교회에는 군종이 아닌 민간인 출신 목사·전도사·강도사(군선교사)가 전임 또는 겸임으로 섬기고 있다.

윤 사무총장은 특히 “군종이나 군선교사가 효과적으로 사역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병들과 깊은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군 사역자들은 이를 위해 영성과 인성,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군에서 도입 중인 장병 전문상담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군종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군은 최근 보호·관심 사병이 점점 증가하면서 이들의 부대적응과 병영생활을 돕기 위해 전방 부대를 중심으로 민간인 출신의 전문상담사를 늘려나가고 있다.

예장통합총회 군·농어촌선교부 총무 서광욱 목사는 “전문상담사 제도가 잘 정착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하지만 전문상담사 제도의 빈틈을 메우려면 군종 역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병들 중에는 전문상담사가 다루기 힘든 영적 갈급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성경 말씀과 더불어 기도로 격려하고 권면하면서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은 군종 외에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군종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군종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전방 군인교회 담임을 맡고 있는 한 목사는 “주한 미군의 경우 대대별로 군종이 배치되고 있는 만큼 우리 군도 군종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목사는 “군입대자의 자연 감소로 장병 숫자까지 덩달아 주는 데다 군의 구조조정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군종 수를 늘리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군종 인력 재배치와 외부 군선교사들의 역할 강화가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군선교단체 등 외부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15년 넘게 군인교회 담임으로 사역 중인 김모 목사는 “요즘 신세대 사병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자대에 배치된 이후 부대생활에 적응하는 일”이라며 “이를 돕기 위해 군종은 물론 군선교단체 등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군종과 군선교사 등 군사역자들이 전문 상담·코칭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입대 전 청년들을 위한 교회학교 차원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박재찬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